실직어부 민가 7집 무차별 칼부림|피서지 제주「공포의 2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제주=김형환 기자】술에 만취한 실직어부가 마을청년과 시비 끝에 폭행 당한데 앙심을 품고 제주 피서지에서 새벽에 칼을 들고 술집·거리를 누비며 행인 등을 찌르고 이웃 민가 7가구에 차례로 들어가 잠자던 일가족 등을 마구 찔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3일 오전 3시30분쯤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 읍 성산 리 신라살롱에서 실직어부 문성록씨(29·부산시 만덕동 241의 2)가 퇴근하던 살롱종업원 김봉년 양(26)을 식칼로 찌른 뒤 술집 옆 박산옥 씨(81·여)와 허정간 씨(36)집 등 7가구에 뛰어들어 잠자던 주민 8명을 닥치는 대로 찌르고 다시 길 가던 행인 3명에게 칼을 휘두른 후 달아났다가 오전 7시10분 인근야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칼에 찔린 사람 중 박씨는 숨지고 이정명 씨(35)일가족 3명과 허씨 부부 등 11명이 중경상을 입고 제주시 덕용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씨 등 6명은 중태며 새벽의 난데없는 광란소동으로 피서객과 주민 등 2천여 명이 2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다.
문씨는 경찰에서『2일 밤 성산포 일출봉 입구 경북상회에서 마을청년 6명과 술을 마시다가 시비 끝에 집단폭행을 당해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범행=문씨는 2일 오후 11시쯤 성산포 일출봉 입구 경북 상회에서 전 동료 강창철 씨(25)등 6명과 술을 마신 뒤 3일 오전 3시30분쯤 인근 신라살롱으로가 마침 퇴근하려던 김 양을 불러 아무 말 없이 식칼로 김 양의 배를 찔렀다.
문씨는 곧장 신라살롱 이웃에 있는 박씨 집에 들어가 손녀와 함께 잠자던 박씨를 이마·어깨 등 3군데를 찔러 숨지게 한 뒤 박씨 뒷집 이정명 씨 집에 다시 들어가 안방에서 잠자던 부인 이매순 씨(31)와 아들 영민 군(10)등 일가족 3명을 마구 찔러 중태에 빠뜨렸다. 문씨는 이어 담을 넘어 허정간 씨 집으로가 허씨 부부에게 중상을 입힌 다음 이웃 한현숙 씨(25)집에 뛰 쳐들어가 임신 6개월인 한씨 등 3명을 마구 찔렀다. 한씨는 덕용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상처가 심해 병원 측의 권유로 긴급낙태수술을 준비중이다.
민가 7가구를 덮치고 난 문씨는 길로 나와 길 가던 고일철 군(27·제주대생)등 3명에게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인근 야산으로 도망쳤다.
◇검거=오전 6시10분쯤 도주하는 문씨를 목격한 동성택시소속 운전사 김인구 씨(35)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20명으로 수색대를 편성, 야산을 뒤져 1시간 만인 오전 7시10분쯤 산 속 바위틈에 쭈그리고 있던 문씨를 검거했다.
◇범인=문씨는 상해치사·폭력·강간 등 전과 5범으로 6개월 전 부산에서 제주로와 소형어선 어부로 일해 오다 2개월 전부터 일자리를 잃어 놀고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