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저자의 눈으로 본 '뉴욕 블록체인 주간'

중앙일보

입력

“아마도 쥐약을 제곱한 것과 같다.”(지난 5일 워런 버핏)
“완벽하게 ‘바보 이론’에 부합하는 투자이다.”(지난 7일 빌 게이츠)

11∼17일 뉴욕서 성황리에 진행 #참가비 200만원에도 8500명 참가 #'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 저자 정민아 #패널로 참석해 "블록체인은 가치 공유"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험담을 멈추지 않았지만, 지난 11∼17일(현지시간) 뉴욕은 비트코인의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 열기로 뜨거웠다.

세계 블록체인의 수도로 만들기 위해 뉴욕시가 후원하는 ‘뉴욕 블록체인 위크’였다. ‘코인데스크 컨센서스’, ‘이더리움 서밋’ 등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과 관련된 20여개 이상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5년부터 시작된 블록체인 위크에 올해는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가운데 ‘위민 온더 블록(Women on the Block)’ 행사에 패널로 나선 정민아 M&K PR 대표로부터 뉴욕 블록체인 위크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정 대표는 최근 출간된 ‘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의 저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민아 M&K PR 대표가 뉴욕 블록체인 위크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토시는 여성'이라는 티셔츠 문구가 눈에 띤다. 최정 뉴욕중앙일보 기자

정민아 M&K PR 대표가 뉴욕 블록체인 위크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토시는 여성'이라는 티셔츠 문구가 눈에 띤다. 최정 뉴욕중앙일보 기자

-뉴욕 블록체인 위크에 대해 설명해달라.

“뉴욕 블록체인 위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행사이다. 1주일에 걸쳐 전 세계 블록체인 개발자와 투자자를 위한 다채로운 컨퍼런스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중에서 4개의 주요 행사가 있었다. ‘이더리움 서밋’(11∼12일), ‘위민 온 더 블록 (13일)’, ‘컨센서스 2018’(14∼17일), ‘토큰 서밋’(17일)이었다. 이 밖에 블록체인 인재 채용 박람회 등이 연일 이어졌다.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8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참가자 티켓 비용이 평균 2000달러(약 216만원)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인원이다. 주최 측인 컨센서스는 이번 행사의 티켓 수입으로 1700만 달러(약 180억원) 이상을 거뒀다. 지난해 2700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해 보면 1년 사이에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뉴욕 블록체인 위크 행사로 열린 '이더리움 서밋'에 참석한 사람들이 뒷풀이를 하고 있다. [사진=blog.foam.space]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뉴욕 블록체인 위크 행사로 열린 '이더리움 서밋'에 참석한 사람들이 뒷풀이를 하고 있다. [사진=blog.foam.space]

-전통적인 금융 강자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는.

“블록체인에서 비트코인은 인터넷 초창기의 e메일과 같다고 보면 된다.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e메일을 통해서 인터넷의 편리함을 알게 됐고, 결국 인터넷이 퍼졌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있는 하나의 코인일 뿐 이 생태계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와 관련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900년 초반에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에 자동차 회사가 100개가 넘었다. 그러다가 산업이 안정화되면서 3~5개 이내로 정리됐다. 100개 넘는 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지금의 자동차 산업을 만들어 온 것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는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1000개가 넘는다. 이 회사 중에서 10년 후까지 살아남을 회사도 있고, 사라질 회사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산업은 성장하게 된다.”

-블록체인 개념을 어려워하는 일반인이 여전히 많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인터넷과 블록체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서 느끼는 경험적인 측면은 동일하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사용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동영상을 보고, 검색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인터넷 플랫폼 내에서 우리는 콘텐트를 소비하는 소비자일 뿐이다. 사실 우리는 콘텐트를 소비하면서 엄청난 데이터를 만들고, 그 데이터가 산업 발전 및 전체 생태계에 기여한다. 이 기여도를 인터넷 플랫폼 상에서 인정해 줄 만한 보상책은 물론이고, 기여를 측정할만한 기술 또한 없었다.
그런데 블록체인의 경우 코인을 통해서 아주 작은 기여에 대해서도 보상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조작될 수 없는 기록인 블록체인을 통해서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2가지 신기술을 통해서 블록체인은 소비자를 생태계의 기여자로 인정해 주고, 이에 대한 가치를 공유해 준다. 그것이 근본적인 차이이다.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계속 사용해야 우리가 존중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록체인에서 우리는 이용자이자, 기여자이고, 투자자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소비자를 대하는 철학과 기술이 다르다.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 블록체인은 가치의 공유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뉴욕블록체인 위크의 한 행사장면. [사진=실리콘 NYC]

뉴욕블록체인 위크의 한 행사장면. [사진=실리콘 NYC]

-이번 위크에 패널로 초대받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지난 13일 열린 ‘위민 온 더 블록’ 이라는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의 주제어가 티셔츠에 적힌 ‘사토시는 여성(Satosi is Female)’이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사토시가 정체를 밝히지 않는 남자 개발자 혹은 남자 개발자 그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전통산업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산업에 남성이 많고,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은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철학적 배경 속에 탄생했다. 경제시스템 뿐 아니라 모든 불평등이 블록체인에서는 사라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사토시는 여자’라는 캠페인은 많은 호응을 불러왔다.
초보자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서를 썼는데, 책의 저자가 다들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저자라고 하면 다들 놀랐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 블록체인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들을 전 세계적으로 초대했다. 주로 미국인이 많았고, 아시아에서는 한ㆍ중ㆍ일에서 각각 1명씩 초대를 받았다.”

정민아 M&K PR 대표(오른쪽에서 셋째)가 '위민 온더 블록' 행사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위민온더블록]

정민아 M&K PR 대표(오른쪽에서 셋째)가 '위민 온더 블록' 행사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위민온더블록]

-이번 컨퍼런스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했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의 독특함에 대해서 설명했다. 특히 한국인들은 1997년 리니지 게임에서부터 아데나라는 코인을 활용해 게임 내에서 아이템 거래를 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아이템과 현금을 교환했다. 교환을 위해서 거래소를 만들기도 해 토큰 경제학에 아주 밝고, 온라인 트레이딩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이 암호화폐 투기 국가가 아닌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세상을 더 편리하고, 평등하게 바꾸려는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느낀 점은.
“지금 전 세계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프로젝트 종류가 정말 다양해졌고, 많은 개발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부스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했고, 한국 기업이 별도로 진행한 저녁 행사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큰 관심을 보였다. 개발자, 투자자, 협력자의 경계가 없는 시장이다.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서로가 기술을 보완해가는 시장이었다.
한국은 아직 대기업이나 거래소가 발행하는 코인이면 따지지 않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 투자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직접 코인을 발굴해 조사하고 담당자와 직접 연락을 취해 검증도 하면서 옥석을 가린다. 우리도 그런 노력을 더 해 이름만 보고 하는 투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