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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주치의’ 위증 기소는 위법”…대법, 공소기각 확정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이임순 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가 답변하고 있다. 앞은 전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이임순 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가 답변하고 있다. 앞은 전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중앙포토]

‘최순실 주치의’로 알려진 이임순(64)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문회 위증 혐의로 특검이 기소 #“국조특위 활동 내에서만 고발 가능” #우병우, 김기춘도 공소기각 될 듯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국회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에 대해 특검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위증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고발임에도 특검이 이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교수를 고발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 특위)는 활동 기간 내에서만 존속하는 것이고 그 기간 내에서만 고발이 가능하다”며 “활동 기간 후에도 고발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행위자(이 교수)에게 불리하게 법률을 확대 해석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2016년 12월 국조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선 진료‘ 의혹에 대해 거짓 증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교수는 당시 3차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와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아내 박채윤씨를 서창석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주치의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해 준 적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서 원장은 “이 교수의 소개로 김 원장 부부를 만났다”고 상반된 증언을 했다.

박채윤씨는 앞서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남편의 병원과 자신의 회사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의 해외 진출을 위해 뇌물을 건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박씨는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등에게 명품 가방 등 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교수 사건의 쟁점은 국조 특위 청문회에서 위증한 증인을 국조 특위의 활동 기간 내에서만 고발할 수 있느냐였다.

국조 특위는 활동 종료 후인 2017년 2월 28일 이 교수를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이 교수의 위증에 대해 1심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원심을 깨고 공소 기각 판결을 했다. 유ㆍ무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국조특위의 활동 기간이 끝난 뒤에는 국조특위가 고발 주체가 되지 못하므로 공소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교수에 대한 고발이 국조특위 활동이 종료된 이후인 2017년 2월 28일 이뤄져 공소도 적법한 것으로 시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11월 17일 구성된 국조특위의 활동 종료 기간을 이듬해인 2017년 1월 20일로 판단했다. 국조특위에서 작성한 국정결과보고서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1월 20일을 활동이 종료된 기준일로 삼은 것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이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79)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51) 전 민정수석 비서관도 재판에서 공소 기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불거진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김 전 실장은 국회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1ㆍ2심은 이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는데, 김 전 실장 측은 “국조특위 활동 종료 이틀 뒤 이뤄진 고발로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등 사건을 담당했던 1심 재판부(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 기각 판결을 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세월호 수사 외압과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단순히 상황만 파악했다”는 취지로 위증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세월호 당시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수사팀장이던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 중앙지검 1차장)에게 전화해 “청와대와 해경의 통화 녹음파일을 꼭 압수해야 했느냐”고 말한 것을 근거로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허위 증언일 가능성이 높지만 적법한 공소제기가 아니다”며 이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이번 이 교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도 공소 기각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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