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 부실 자산 부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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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BIS 비율이 8% 이상이었다면 당시 외환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또 론스타와 같은 사모 펀드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이다.

◆ "은행 부실을 중복 계산해 부풀렸다"=감사원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산정하면서 수백억원대의 부실자산을 중복 계산했다"고 말했다. 은행은 부실자산만큼의 대손충당금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줄고 자본이 축소돼 BIS 비율도 낮아진다. 당시 외환은행의 자산구조상 1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중복 계산되면 BIS 비율은 0.4%포인트 정도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과 금감원이 2003년 7월 BIS 비율 재산정을 앞두고 여러 차례 팩스를 주고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서로 숫자 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실자산 중복 계산은 이강원 당시 행장도 시인했으며 이것이 단순한 계산 실수인지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행장은 "(실무자의 착오로) 이중 계산됐다면 시정돼야 한다고 답변했을 뿐"이라며 "BIS 비율 산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중복 계산된 충당금 외에도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위험을 과도하게 높이 평가해 충당금을 지나치게 많이 잡은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금감위에 보고된 6.16%보다 훨씬 높다"며 "아직 최종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 "이강원 전 행장이 다 했다"=감사원은 외환은행이 당시 모건스탠리와 엘리어트홀딩스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한 것은 이 전 행장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달용 전 부행장이 그렇게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행장은 감사원 조사과정에서 "실무선에서 결정해 나는 모른다"고 답변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또 "이 전 행장이 '잘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지만 이 전 부행장은 비교적 솔직히 진술하고 있어 조사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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