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현대=신인왕 명가' 이을 루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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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야구 현대는 '신인왕 메이커'다. 1998년 김수경이 신인왕에 오른 이후 조용준(2002), 이동학(2003), 오재영(2004) 등 3년 연속 신인왕을 배출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투수다.

현대는 올 시즌에도 일찌감치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투수를 신인왕 후보로 등록했다. 11일 삼성전 선발로 나온 좌완투수 장원삼(23)이다.

시범경기에서 이미 9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화려한 예고편을 만든 장원삼은 이날 삼성 타선을 상대로 7과3분의1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면서 4피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졌다. 7회까지는 단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초 유격수 강정호가 삼성 선두타자 박종호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면 승패의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마산 용마고, 부산 경성대를 거쳐 올해 현대에 입단한 장원삼은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 무섭게 변했다. 3학년 때인 2004년에 10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11승을 올리며 경성대를 전국 최강으로 이끌었다. 현대는 장원삼이 고교를 졸업하던 2002년 드래프트 2차 11번(전체 89순위)으로 지명했다. 그가 받은 계약금은 2억5000만원. '10억 팔' 한기주(기아)와 비교할 수 없지만 당당한 선발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장원삼의 직구는 140km대로 타자를 압도할 만큼 위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코너를 파고드는 제구력이 일품이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까다롭다. 김재박 감독은 "장원삼이 7회까지 기막히게 잘 던졌다. 데뷔전에서 승리투수를 만들어주고 싶어 일부러 교체하지 않았다. 좋은 선발투수감을 찾았다"고 했다.

상대인 선동열 삼성 감독도 "컨트롤도 좋고 슬라이더가 낮게 깔리는 게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원삼은 "지난해 우승팀 삼성 타자들과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쳐 큰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어떤 팀과 만나도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는 연고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신인 1순위 선수를 지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당분간 초고교급 신인을 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유망주 투수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선수를 고르는 눈이 아주 뛰어나다는 증거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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