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억 파는 세자매 … 서로 다른 브랜드로 1등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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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 같은 층에서 일하는 세 자매가 함께 모였다. 왼쪽부터 맏언니 한재윤, 둘째 지우, 막내 지안씨.

60대 초로의 여성 쇼핑객이 샵 매니저(판매팀장)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상하다…. 좀 전에 저쪽 매장에서 본 얼굴 같은데…, 언제 옷 갈아입고 여기 왔지?"

돌아온 대답은 "아, 저쪽 매니저요? 제 친언니예요."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 3층 여성정장 매장. 한재윤(46).지우(44).지안(36) 세 자매가 샵 매니저로 뛰는 일터다. 의류 브랜드는 다르지만 같은 백화점, 같은 지점, 같은 층에서 근무하다보니 그 쇼핑객이 헛갈릴 만도 하다. 본인들끼리는 얼굴이 그다지 닮지 않았다고 여기는데도 말이다.

세 자매가 한 곳에서 일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맏언니 재윤씨가 여성정장 브랜드'손석화'의 매니저로 오면서부터다. 뭉치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걸까. 세 자매 합쳐 한달 평균 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정이 비슷한 의류매장의 통상 매출보다 30% 안팎 많은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매들끼리 경쟁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재윤씨가 이곳에 오기 전에는 일찍이 2000년 신세계에 온 '부르다문'매장의 샵 매니저 지우씨가 여성의류 매장 중에서 늘 1등이었다. 그런데 재윤씨가 와서 1등 자리를 빼앗아간(?) 것. 재윤씨는 전국'손석화'매장 중에서도 1등이다. 여기에 2003년 신세계에 합류해 신생 매장'스튜디오 블루'를 반년 만에 억대 매장으로 만들어 놓은 막내 지안씨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재윤씨와 지우씨가 판매직에 뛰어든 것은 1980년이니까 벌써 경력 27년째다. 재윤씨는 신세계에 합류하기 전에 다른 백화점 '부르다문'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90년'부르다문'을 1등 매장으로 만들어 인지도를 높였다. 98년'셀리나 윤'매니저 일을 하면서 한달 동안 3억8700만원 어치를 팔아 국내 여성정장 부문 최고 매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우씨는 20여년 전 서울 명동 쇼핑가를 거닐다 우연히'조이너스'매장 오픈행사를 보고 무작정 사무실로 올라가 판매사원을 시켜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돌한 행동이었지요. 회사에서 적극성을 높이 샀는지 즉석에서 채용됐어요." 이후 각종 브랜드의 샵 매니저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막내 지안씨는 언니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동참하게 됐다. 한번은 재윤씨 매장 일손이 달려 지안씨를 아르바이트로 불렀는데, 이때 매장 사장이 지안씨를 눈여겨 보다가 정식채용했다.

지안씨는 "언니들이 사회생활의 모델이자 스승이었다"고 언니들을 치켜세웠다.

세 자매의 '고객감동' 마케팅은 유별나다. 고객이 옷을 사면 그 옷과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구해 주려고 온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마땅한 게 없으면 퇴근 후 전문 상가까지 찾아간다. 자신의 고객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지난번 구매한 옷에 어울리는 가방과 구두까지 꼼꼼히 메모해 뒀다가 함께 쇼핑을 가기도 한다.

재윤씨는 "고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한다는 자세가 세일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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