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안 끝난 덩치 큰 부실기업 범양·조공·서주 처분|관리은행서, 빠르면 올림픽 후 공개입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리절차가 끝나지 않은 부실기업 중 가장 덩치가 큰 범양상선·조선공사·서주산업 등 3개 업체가 주거래은행에 의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처분된다. 또 이들 기업의 인수에는 대기업그룹의 참여가 제한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실업 등 사회적 여파를 감안, 도산 처리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정리는 정부의 개입 없이 최대채권자인 주거래은행이 주체가 돼서 실시하며, 부실기업 내용을 사전에 전면 공개한 뒤 인수를 원하는 업체가 공개경쟁, 인수자를 선정키로 했다』고 밝히고 『그 대상은 우선 범양상선·조선공사·서주산업 등 덩치 큰 부실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조건 등은 각 은행이 미리 정해 공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범양상선을 관리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관계자는 『특혜시비를 없애고 채권보전에도 도움이 되는 공개입찰의 대 원칙은 이미 섰으며 현재 모든 준비를 갖추고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공개입찰에 30대 재벌의 참여를 제한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럴 경우 인수한 부실기업을 제대로 관리 못해 재 부실을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재벌참여배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개입찰시기에 대해 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히고 『올림픽 이후나 늦어도 연내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공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신탁은행 관계자도 현재 조공의 공개입찰방법과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대한선주계열 서주산업의 정리도 같은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실기업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범양상선은 작년 4월19일 박회장의 자살 이후 정상경영이 어려워 외환은행이 관리해오고 있는데 은행부채만 약 9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경기의 호조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이 4백20억원 나는 등 회생기미가 뚜렷한데 현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업체는 선경·대우·삼성 등 대기업과, 같은 해운사 중 현대상선·조양상선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복합수송선인 6척의 프로보선의 인수기피에 따라 자금난에 봉착한 조선공사는 작년 4월16일부터 신탁은행의 자금관리를 받아오고 있는데 현재 1백여명의 채권단이 법원에 신고한 채권액이 무려 1조4천억원에 달한다. 물론 자본잠식상태에 있으나 작년부터 영업수지가 다소 개선되고 있으며 인수희망업체로는 한진·포철·진로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서주산업은 모기업인 대한선주의 부실여파로 작년 9월12일 이후 서울신탁은행과 법원의 관리를 받아오고 있는데 서주 자체는 상당히 알찬 회사로 알려져 공개입찰시 기존의 우유회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