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도 아닌데 문형표, 503일 만에 석방···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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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포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포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문형표(62)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0시를 기해 구치소를 나온다. 2016년 12월 28일 긴급체포된 뒤 503일 만의 석방이다.

문 전 장관은 긴급체포된 나흘 만인 2016년 12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이후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에서 모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문 전 장관이 지금 구치소에서 나오는 것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는 다르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2개월로, 각 심급(1심·2심·3심)마다 두 번 갱신할 수 있다. 문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지난해 11월 14일에 나왔다. 이날부터는 상고심의 구속기간이 되는데, 대법원은 지난 1월과 3월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기간 갱신 결정을 내렸다. 이제 14일을 마지막으로 상고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해 둘 수 있는 기한인 6개월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문 전 장관은 구속기간 만료로 일단 구치소를 나오게 됐다.

문 전 장관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대법원 심리중)·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서울고법서 항소심 진행중)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삼성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항소심 판단은 엇갈려 있다. 문 전 장관 항소심 재판부는 "청와대에서 삼성 합병 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반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청와대에서 삼성 합병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일치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긴 시간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장관은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만약 항소심 결론대로 징역 2년 6개월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문 전 장관은 그때 다시 수감돼 못다 채운 날만큼을 더 복역하게 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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