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의견 하루 평균 20건 불과…'의견수렴 피로감' 때문?

중앙일보

입력

3일 충남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충남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 당국이 대학 입시제도 개편을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온라인 게시판을 열었지만 의견 제시가 하루 20여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뚜렷한 방향 없이 의견 수렴만 반복하면서 예상보다 의견 제시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입 개편안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16일부터 홈페이지(eduvision.go.kr)를 통해 대입 제도에 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지난 이달 14일까지 올라온 의견은 대입과 무관한 글까지 포함해도 750여개, 하루 평균 25개 정도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은 하루 평균 20개로 의견 제시 속도가 둔화됐다.

국가교육회의 대입 의견 토론방 홈페이지 캡처

국가교육회의 대입 의견 토론방 홈페이지 캡처

앞서 대입 개편안에서 정시모집을 확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0만건 이상의 동의를 받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교육부는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개편 여부 등을 결정하지 않은채 국민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은 국가교육회의에 위탁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당초 국가교육회의가 의견 수렴을 시작할때만 해도 온라인 게시판에 의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의견 수렴을 시작하니 국민청원 당시 쏟아졌던 관심에 비해 의견 제시가 대폭 줄었다.

토론 게시판에는 정부가 의견 수렴만 반복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이 적지 않다. 한 학부모는 "이미 어떤 의견이 나오는지는 충분히 알지 않느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작성자는 "지난 1년간 뭐 하다가 이제와서 의견수렴을 또 한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한 학부모는 "국민이 지칠때까지 여론 수렴만 한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 결정을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국민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온교육'이란 의견수렴 홈페이지를 개통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대입정책포럼'을 열어 의견을 들었다.

3일 오후 충남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에서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충남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에서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로 대입 개편안 바통이 넘어가면서 여론 수렴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회의는 온라인 의견 수렴뿐 아니라 전국을 순회하며 '열린마당'이란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2~3차례의 TV 토론회도 열린다. 이 밖에도 작은 규모의 전문가 토론회가 수차례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교육회의가 개최하고 있는 토론회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가교육회의가 3일 대전 충남대, 10일 광주 전남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지난해 교육부가 개최한 4차례 토론회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주장들이 반복됐다. 이 자리에서는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과 가장 공정한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대체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다. 주로 학부모들이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교사들은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학종 유지를 주장하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여론 수렴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금의 여론수렴 과정은 새로운 의견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 '국민 의견을 따랐다'고 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의견 수렴보다 중요한 것은 의견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국가교육회의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해석 방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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