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각본대로 안 해” … 비핵화 수싸움 2차 깜짝쇼 예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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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호 06면

11일 싱가포르의 한 신문 1면에 등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11일 싱가포르의 한 신문 1면에 등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시기·장소를 둘러싼 샅바싸움 1라운드를 끝내고 이제 2라운드 ‘합의내용 조율’에 들어갔다. 사실 다음달 12일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회담’이란 최종 라운드 결과도 남은 한 달의 2라운드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난다.

북·미 정상회담 한 달 앞두고 #합의 내용 조율 주도권 잡기 경쟁 #트럼프 “언론은 아무것도 모른다” #미국 PVID서 CVID로 유화 신호 #타협 가능하지만 철저 검증 의문

요즘 워싱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 지향성’이 2라운드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제외한 미국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 그들 정권 때는 외교가 너무 각본대로 이뤄지면서 적들에게 패만 노출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와 최근 만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트럼프가 “언론들은 내가 협상장으로 들어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헤아리기 위해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그 누구도 내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서 참모들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신나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트럼프의 김정은 칭찬 등 일련의 흐름 속에 “북·미 간 ‘빅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것도 트럼프 입장에선 “흥, 뭘 모르고 하는 소리구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회담까지의 한 달 동안 자신이 내놓을 협상카드를 둘러싼 세간의 궁금증을 즐기면서 2라운드 흥행몰이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찌 됐건 트럼프는 6·12 싱가포르 회담을 트위터로 발표한 이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큰 기대를 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는 이날 인디애나주 엘크하트에서의 유세에서 “난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 바라건대 세계를 위해 뭔가 매우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에도 현재 워싱턴의 전반적 기류는 “어떤 형태로든 회담 성공을 위해 물밑에선 타협하려 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이미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에서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억류된 3명만 데려 오는 것이었으면 폼페이오 장관 혼자 가도 되는 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중추인 매슈 포틴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국무부 최고의 ‘핵 협상 전문가’ 브라이언 훅 정책계획국장을 동행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받아 합의문에 명기하고,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단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조치’라는 표현으로 확약하는 타협에 대해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 “우리는 좋은 대화, 생산적인 대화를 나눈 것 같다”는 말도 그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돌연 폼페이오의 입에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가 사라지고 다시 CVID란 표현을 공식화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합의하더라도 ‘진정한’ 비핵화로 갈 수 있는 검증 작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관론이 우세하다. 악시오스도 “미국 등 외부 조사관들이 ‘은둔의 왕국’을 100%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담보해 내는 건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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