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취업시장에 '실버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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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에게 '사오정'(45세 정년)은 없다. " 미국 취업시장에 55세부터 64세까지의 '노인'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9일 2000년 이후 본격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연령층 사람들의 취업률만 유독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전체 노동인구 중 이 연령대의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0.2%에서 8월 현재 12%로 늘어났다. 노년 취업인구가 늘어난 것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IHT는 분석했다.

실직 경험이 있는 남자들은 일손을 놓았던 기간 중 벌지 못했던 돈을 '만회'하려 하고 있으며, 직장을 계속 다니던 남자들도 줄어든 연금 때문에 아직 은퇴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는 많은 사람이 40대에 직장을 구했으며, 따라서 아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않아 한창 때라고 생각하거나, 남자와 마찬가지로 은퇴해도 좋을 만큼 돈을 모아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제가 본격 회복될 때까지 공격적인 신규채용 대신 경험많고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고용주들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2001년 3월 이후 55~64세 인구 중 취업자수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올봄 그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실버 파워'는 이들이 받는 급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노년층의 임금은 지난해 말 기준 주급 6백73달러(약 80만원)며 이는 2000년 6백44달러(약 77만원)보다 4.5%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의 임금 인상률에서 다른 연령층을 압도한 것이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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