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회임시국회결산 기자방담|일문일답식 질의로「성역」도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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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3일 143회 임시국회가 끝났읍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4일간상임위활동도 했는데 과거와는 다른 13대국회의 참모습을 선보였다고 할수 있을것 같아요.
-여소야대의 구도하에서 열린 이번 상임위는 1문1답식 질의가 가능해진데다 l6개상임위원장중 9명을 야당이 차지해 전에 없이 생동감있는 활동을 필쳤읍니다.
-이번 각 상임위에선 야당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어요.
-단순한 정치성 공세가 아니라 정책자료를 연구하고 현장답사등의 치밀한 준비를 거쳐 내실있는 질문공세를 폈다는 평가입니다.
-건설위의 김운식의원(민주)은 지난해 셀마태풍때 청남대 대통령별장 침수를 막기위해 대청댐수문을 일찍 열어 홍수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을 폈는데 현장답사를 치밀히 해 관계공무원과 주민들의 진술을 대비시킨뒤 당시 수위에 대한 증거사진까지 제시하며 일관된 논리를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는데 성공했읍니다.
-노동위의 이해찬 이상수(이상 평민) 노무현(민주)의원등도 초당적(?)으로 협력해 문범위를 산업재해·노조문제등으로 나눠 분담하고자료를 교환하는 연합전선을편데다 현장을 깊숙이 파고든 현장감있는 질문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재야단체와도 직접관련을갖고 있는 이들 세 의원들은최명헌노동부장관은 물론 실무자들도 파악못한 자료를 제시하며 추궁, 장관이 궁지에몰렸지요.
-중금속오염산재환자의 육성테이프, 지역 노동사무소관계자의 녹음까지 따와 정부의 관계자들이 두손을 들었어요.
-교체위의 김정길의원(민주)은 5공화국말기 청와대가무더기로 내인가한 골프장비리를 제기했는데 각 골프강의 등기서류를 비롯, 관련자의 은행대출명세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추궁해 장관으로부터『다시는 그렇게 하지않겠다』는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지요.
-국방위는 과거 보도자료나 간단히 내주고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하다 오후5시쯤되면 산회하기 일쑤였느데 이번엔 매일 밤늦게까지 격론을 벌여 문제상위로 변모했읍니다.
-1문1답식 질문이 상위에서 가능하게 된것은 내실있는 문제추궁을 가능케한 원인중의 하나라고 봐야겠지요.
-질문에서 과거와 같은 성역이 없어진것도 상위활성화의 큰 변화중의 하나입니다.
-국방위에선 보안사문제가지적됐고 조윤형의원(평민)등은『군은 새롭게 태어나야한다』는 훈시조 연설을 하기도 했지요. 보사위에서 이철용의원(평민)은『수도물이정말 깨끗하다면 노태우대통령에게 직접 마셔보게하라』는등 과거 금기시됐던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졌어요.
-정부측도 여소야대의 상임위에 대해 초긴장상태에서과거 내놓지 않던 자료를 공개하고유례없이 많은 공무원들을 답변에 동원했지요.
-재무위에서는 과거엔 공개하면 큰일이나 날듯이 정회를 거듭하면서까지도 내놓지않던 부실기업 명단과 그명세서를 제출했어요.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상임위에 출석했는가 하면 과거 실무자가 브리핑하던 산하단체도사장들이 직접 출석해 보고했고 서울대총장도공식출석요구가 있기전에 자진출석 형식으로 상임위에 출석하는 성의를 보였읍니다.
-상임위에 대비해 정부기관·산하단체가 총동원상태예요. 매일 참관인원이 5천여명에 이르고 지난21일엔 공무원·산하단체 직원들에게만발급한 출입증만 2천3백여장을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읍니다.
-1문1답식으로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고 요구하며 따지고 드니까 담당실무자가 답변현장에 있어야할 필요가 커진거지요.
-야당위원장이 버티고 앉은 상임위가 역시 뭔가 보여주었다는 평입니다.문공(정대철)노동 (김영배)등이 돋보였지요.
-정대철위원장은 정시에 개회를 하고 정회시간도 짧게해 장관이하 부처간부들은 물론 위원들도 거의 온종일 자리를 뜰수 없었죠.
-전문위원을 불러다가『예전처럼 해서는 어림없다』고경고를 주었대요.
-회의운영도 위원장 맘대로 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 되어 버렸읍니다. 4당간사가 결정하면 위원장도 그대로 따를수밖에 없었어요.
-전에 없이 로비도 대단했어요. 부실기업문제가 공개된 재무위밖에는 부실기업을인수한 회사들의 홍보실직원들이 몰려나와 회의장에 귀를 기울이고 의원들 질문자료를 챙기기도 했지요.
-각 상위마다 5공비리가단골메뉴였어요.
-행정위에선 전전대통령사저와 전기환씨의 수산시장개입 그리고 서울시를 상대로한 이규동씨의 묘목장사가 집중포격을 받았지요.
-내무위에 업무보고한 새마을중앙회는 아예 보고서를『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않겠다』고 반성문처럼 만들어왔어요. 또「대통령 딸의승마교습과 특수수사대의 과잉충성」이 거론돼『불똥이 6공까지 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을 낳기도 했죠.
-문공위에선 새세대육영회를 물고늘어져 김영식장관으로부터『새세대육영회회장직을포함,임원직 개편을 종용하겠다』는 항복을 받아냈죠. 언론통폐합도 제5공비리와함께 거론됐어요.
-상임위마다 그런대로 볼만한 공방이 있었는데 가장주목받았던 재무위가 의외로가장 비실비실 했다는 평이예요.
부실기업문제, 범양비자금문제등 시한폭탄같은 문제들이많았는데 야당의원들 조차도『부실기업 지원기준이 뭐냐』고 모호한 질문만 했지요.
-재무부측은 회의시작전에걱정이 태산같았거든요. 헌데막상 회의가 시작되니 별것아니라는 눈치예요. 로비가 많았다는 소문도 있구요.
-재무위 야당의원들이 막판에『부실기업정리의 책임을누군가 져야할것 아니냐』고장관에게 추궁하고 나섰지만그냥 넘어갈수 없으니 시늉이나 내보는 것 같더군요.
-상임위배정때는 서로 가려고 로비가 치열했는데 정작 질의는 내용도 정보도 시원찮아 헛돌고….
-이른바 중진의원들이 모인 상임위가 오히려 더 맥이 없었어요. 상위를 치르는「묘리」를더 터득한 탓인진 몰라도….
-야당초선의 활약에 비교하면 여당의원들의 무기력은보기 안타까울 정도였읍니다. 일부 상임위는 여당이 너무밀린다는 얘기가 돌자 민정당에서 부총무를 독려차 보내는 것도 자주 눈에 띄더군요.
-평민당의원들은 상임위마다 호남출신푸대접을 따졌읍니다. 동자위에선 정부투자기관임원문제에 대해 물고늘어졌고 국방위에선 이재근의원이『역대 육참총장 27명중 호남출신은 한명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죠.
-평민의원들은 그밖에도 김대중씨납치·광주사태등「한맺힌」문제들을 꼭 짚고 넘어가더군요.
-몇몇의원들은 알맹이도 없이 괜스레 고압적인 자세로인신공격적 질의를 퍼부어 눈살을찌푸리게 하더군요.
-자기지역 사업만 물고늘어져「지방의회의원」이 아닌가 여겨진 의원들도 있었죠. 한 예로 재무위에선『제2중기은은 대구로 와야한다』는 주장도 나왔지 않습니까.
-상공위에선 왜 포철에 대표이사가 2명씩이나 있느냐고 호통을 친 무식한(?)의원도 있었지요. 대표이사가2명씩이나 되니까 회사운영이 제대로 되느냐는 지적이었는데 정부측도 어이가 없어 말문을 못 열더군요.
-대표이사의 개념을 모르는 소리군요.
-의원들의 태도와 관련, 3김총재와 윤길중민정당대표의 자세는 가히「모범적」이라 할만하지요. 그정도 관록이면 조금 자유(?)로와도될텐데 자리를 별로 뜨지않고 상위활동(모두 외무·통일위)에 열심이더군요.
-장관들도 아직「오리발」「구렁이식」식 답변태도를 벗어던지지 못했더군요.
어떤 때는『이래서 국정조사권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막작전입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 어쨌든 13대 첫 상임위활동은 국회의 새로운 활력을 보여주었읍니다.
-국회의사당앞에 몰려오는데모대도 그런 국회의 활력에 기대를 거는 것 아닐까요.
-앞으로 특위, 청문회등이열리면 국회는 더욱 활성화되겠지요. 국회의 권한이 그만큼 커지는 셈인데 또 그수준에 따라갈만큼 의원들의정부수집과 연구등의 자기반성적 노력도 필요할것 같습니다. <조현욱·김 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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