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넘긴 '화교 간첩'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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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10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5)과 연계돼 활동해 온 북한 공작원에게서 금품을 받고 각종 자료를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 및 간첩 미수)로 대만계 화교 정모(67.무역업)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1년 중국에서 조선족 출신 북한 공작원 조모(49)씨에게서 미화 1만5000달러를 받은 뒤 국내로 들어와 '정보화백서''한국인명사전' 및 김정일.김정남 관련 책자 등 13종의 자료를 구입해 조씨에게 건넨 혐의다.

정씨는 조씨에게서 "국내 해안의 상세한 지형을 알 수 있는 전자해도(海圖)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어업 종사자 등에게만 판매되는 바람에 구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씨는 또 2000년 6~11월 조씨에게서 자료 및 물품 구입비 명목으로 북한과 불법자금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미화 5만5000달러를 송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특히 조씨가 사용했던 국내의 한 포털 업체 e-메일을 압수수색한 결과 조씨가 김정남과 메일을 주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990년 7월 북한이 마카오 및 베이징에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부서인 사회문화부(97년 대외연락부로 개칭) 소속 '와룡연합무역공사'를 설립하면서 총경리(대표) 겸 베이징지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검찰은 조씨가 북한 최고위층과 연계돼 각종 국내 자료를 수집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70년대 후반부터 중국 등을 상대로 한 무역업에 종사해 왔다. 정씨는 86년 조씨를 처음 알게 된 뒤 90년대 중반에 조씨에 의해 포섭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정씨를 통해 국내 정세 및 국가기밀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며 "정씨도 조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씨가 조씨에게 건넨 자료가 주로 국내 정보기술(IT)에 관한 것이었다"며 "2001년부터 정씨를 내사해 왔고, 올 3월 압수수색에서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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