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손 잡은 이유는?, 2조7000억 들여 공장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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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소재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현대케미칼은 지난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사진 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 소재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현대케미칼은 지난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사진 현대오일뱅크]

  '원유찌꺼기로 플라스틱 소재 생산'…두 회사 공동 2조7000억 들여 공장 건립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고민은 '원료비 절감'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향후 국제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업계에선 나프타 기반 생산공장의 원가 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유가 수준을 '배럴당 70달러'로 보고 있다. 나프타보다 저렴한 원료를 찾는 게 석유화학 기업들의 숙제가 된 이유다. 이들이 최근 셰일가스 부산물 '에탄'을 원료로 한 생산시설들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것도 에탄이 나프타보다 싸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유를 정제하고 나온 찌꺼기(중질유분)를 생산 공정에 활용하는 방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9일 공동으로 투자합의서(MOA)에 서명한 이유도 이 원유 찌꺼기를 올레핀·폴리올레핀 등 플라스틱 소재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원유 찌꺼기는 나프타보다 20%가량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공장 설립은 현대케미칼을 통해 이뤄진다. 두 회사가 지난 2014년 합작 투자로 설립한 현대케미칼에 자금을 대면, 현대케미칼이 2조7000억원을 투입해 공장을 세우게 된다. 공장은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50만㎡(15만 평) 규모 부지에 건립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는 기존엔 버리던 원유 찌꺼기를 판매할 수 있어 좋고, 화학회사인 롯데케미칼은 나프타·에탄보다 값싼 원료를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 찌꺼기·부생가스 등 정유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출 계획"이라며 "기존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공장에 비해 연간 2000억원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케미칼은 앞으로 생산 원료로 투입되는 이 원유 찌꺼기 비중을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새 공장은 오는 2021년 말부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는 공장 가동이 이뤄질 경우, 연간 3조8000억원 규모의 수출 증대 효과와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공장 건설 과정에선 하루 최대 1만1000명, 연인원 320만명이 공사에 참여하고, 본격적으로 공장이 가동되면 15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3% 수준이던 정유업 이외 부문 영업이익이 (공장 가동 이후인) 2022년에는 45%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오일뱅크의 2022년 영업이익 예상치(연결 재무제표 기준)는 2조2000억원에 이른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도 "정유사와 화학회사의 장점을 결합해 국내에선 최초의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경영진은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신사업 투자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사진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공동 제공]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경영진은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신사업 투자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사진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공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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