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보호구역 대폭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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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국방부가 군사보호구역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정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의 범위를 현행 군사분계선 남방 15㎞에서 10㎞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군사기지 및 시설 보호법'안을 마련, 조만간 구체적인 조율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당 관계자가 9일 전했다. 민통선 범위가 줄어들면 약 6800만 평이 통제보호구역에서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돼 건축물의 신.증축이 가능해진다. 시행 시기는 내년 3월로 잡고 있다.

당정은 후방에 위치한 군사시설별 보호구역 설정 범위도 축소키로 했다. 통제보호구역은 군사시설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500m 이내에서 300m 이내로, 제한보호구역은 시설물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 이내에서 500m 이내로 각각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약 2000만 평이 보호구역에서 해제돼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당정이 논의 중인 법안은 기존의 군사시설보호법과 해군기지보호법.군용항공기지법 등 세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재정비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보호구역의 지정 범위를 축소해 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있어 왔다"며 "20일께부터 공개적인 당정협의를 시작해 6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뉴스 분석] 선거 앞둔 선심 논란
전방지역 투기 우려

열린우리당과 국방부가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북상시켜 민간인통제구역을 크게 축소하려는 것은 끊임없이 제기돼온 민원 해결이 1차 목적이다. 민통선은 전방 지역에서 원활한 군사활동과 군사보안을 위해 민간인의 전방 출입을 통제하는 구역의 경계선으로 그동안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해 왔다. 현재 민통선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5㎞ 이내에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일부 구역의 민통선은 MDL 남쪽 15㎞보다 훨씬 북쪽인 10㎞ 이내까지 접근해 있는 곳도 있다. 국방부가 잇따른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구역을 조정해 준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군사보호구역이 대폭 축소되면 경기도와 강원도 전방지역에서 당장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부동산 투기 억제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미 1990년대 초.중반 민통선 지역에 대한 투기 바람이 불어 땅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당정의 방침대로 민통선이 북상하면 여의도의 34배 면적인 6800만 평이 민간인통제구역에서 해제되고, 즉시 해제 지역의 땅값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인통제구역에서 해제되면 건물의 신.증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초 정치권에서 민간인통제구역 축소에 대한 요구가 나왔을 때 합동참모본부는 군사작전 등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다가 요즘엔 "별문제가 없다"며 입장이 바뀌고 있다.

앞서 3월 1일자로 서울.인천.경기 지역 138곳 7146만 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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