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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레일과 통합 반대한 SR사장 결국 밀려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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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SR 사장. [중앙포토]

이승호 SR 사장. [중앙포토]

 코레일과의 통합에 반대해온 SR(수서고속철도ㆍSRT 운영사)의 이승호(60) 사장이 취임 1년 1개월 만에 결국 밀려나게 됐다. 정부의 사퇴 요구에 따른 것으로 후임 사장 추천권은 SR의 대주주인 코레일이 갖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선 공약인 ‘코레일ㆍSR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걸림돌이던 이 사장을 사퇴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승호 사장, 최근 국토부서 사퇴요구 #후임 사장은 코레일이 추천권 행사 #SR통합에 유리한 인사 낙점할 듯 #전문가 "통합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 #

 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승호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국토부가 내세운 사퇴 권유 이유는 사실상 민간기업이던 SR이 올 2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를 계기로 사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교통물류 실장(1급)을 역임한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다.

2016년 12월 개통된 수서고속철(SRT) 열차가 수서역에 들어서는 모습. [중앙포토]

2016년 12월 개통된 수서고속철(SRT) 열차가 수서역에 들어서는 모습. [중앙포토]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 사장에게 사퇴를 권유했고, 이 사장이 사의를 전해온 것도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코레일이 SR의 지분 41%를 가진 대주주이기 때문에 후임 사장 추천권을 갖게 되며, 공모 또는 지명 절차와 검증을 거쳐 후임 사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SR 통합 등과 관련해 코레일의 뜻에 맞는 사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실제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직후부터 “SR 분리 운영으로 인해 코레일의 적자가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SR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 철도노조도 SR과 코레일의 통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이어서 갖고 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 [중앙포토]

오영식 코레일 사장. [중앙포토]

 국토부가 지난달 18일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염두에 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산업구조 평가’라는 제목의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이 사장의 사퇴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정부가 통합작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용역을 발주하면서 그 배경으로 “코레일-SR 간 경쟁 체제로 인해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철도공사ㆍ노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 철도산업 구조에 대한 공정하고 정밀한 평가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철도산업 구조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사실상 통합 관련 용역이라는 걸 명시한 셈이다.

코레일은 SR 분리운영으로 적자가 늘고 있다며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코레일은 SR 분리운영으로 적자가 늘고 있다며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이 대주주의 권한을 이용해 이승호 사장을 내보내려 한다는 소문이 이미 돌고 있었다”며 “정부의 용역과는 별도로 통합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인사부터 정리하려는 ‘꼼수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이 공공기관으로 전환된 경우 임원진을 재검증하기는 하지만, 재임 기간이 짧거나 특별한 하자가 없는 경우는 통상 1~2년 더 임기를 보장한다”며 “이 사장의 경우 다양한 할인서비스 도입 등으로 승객 서비스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사퇴 요구는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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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SR 사장을 사퇴시키는 건 통상적인 절차라기보다는 다분히 SR 통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며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통합작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좀 더 공개적이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검증하는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야 국민도 결과를 수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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