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정은, 홍준표가 공격하면 '허허' 넘기는 각본까지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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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이수용 전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이수용 전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ㆍ27 남북 정상회담 만찬 때 정부가 보수 야당 인사를 초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측이 불만을 표했다고 당시 사정에 밝은 여권 핵심 관계자가 3일 전했다.

익명을 원한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측은 “정상회담 만찬장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같은 보수 정당 사람을 왜 부르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남측에 표시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후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라며 “북측은 당시 홍 대표가 만찬장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공격적인 질문을 하거나 다소 거친 언사를 늘어놓더라도 김 위원장이 ‘허허’ 웃으면서 넘긴다는 시나리오까지 계산에 넣어두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홍 대표는 만찬장 화합 분위기를 흐리는 속 좁은 소인배가 되고 반대로 김정은은 통 큰 인물로 보여지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거꾸로 홍 대표가 만찬장에서 김정은 등 북측 인사들과 건배를 하며 덕담을 했다면 보수 야당이 나중에 회담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없다는 점도 노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나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결국 몇 년 뒤에는 바뀌기 때문에 야당이나 차세대 주자들과도 두루 사귀어놓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북한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긴밀하고 복잡하게 전개될텐데 남한 내 보수 진영에서조차 북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을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회담 당일 만찬장 현장에서 홍 대표 불참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성악배우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성악배우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상회담 만찬 ‘야당 패싱’ 놓고 여권서도 비판론

정상회담 만찬장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만 초대하고 야당 지도부에게는 참석 의사도 묻지 않았다는 ‘야당 패싱’을 놓고는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남북 정상회담 전날까지만 해도 만찬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던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회담 당일 아침 청와대를 나서는 문 대통령을 환송하면서 만찬 행사에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선 반대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 지시로 나중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여당 대표를 불렀다면 당연히 야당 대표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어야 했다. 대통령 참석 행사에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차라리 입법부를 대표해 정세균 국회의장만 불렀다면 뒷말이 안 나왔을 것”이라며 “만찬장 야당 패싱은 옥의 티”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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