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그리움 안고 긴여행에…|여행시선집 「여행에의 권유」출간|국내외 주옥같은 명시 100편담아|작가 카뮈의 『지중해』수록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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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느날 아침 우리는 떠난다. 열정에 찬 머리 ! /원한과 쓰라린 욕망으로 서글픈 마음을 하고/그리고 우리는 간다. 선율적인 물결을 따라/끝없는 바다위에 우리의 무한한마음 흔들어주며』(「보들레르」의 「여행」중에서).
권태로운 삶에 지쳐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 여름에 여행에 대한국내외시 1백평을 모은 여행시선집 『여행에의권유』가 도서출판 책세상에서 나왔다.
임제 허균 정지용 윤동왕 고은 최하림 이성복등 우리나라시인들과「워즈워스」「보들레 르」「말라르메」「릴케」「휘트먼」「예이츠」등 외국시인들의 여행시로 독자들의 동참을 권유하고있는 이 시집은 특히 작가로만 알려져있는「알베르·카뮈」의 시 「지중해」도 수록하고있어 눈길을 끈다.
여행-. 「지금 이곳」이아닌 다른곳으로의 떠남, 스스로 나그네되기. 이는 모든 시인들을 매혹시켜온 설레는 테마였다. 여행에는 꿈과 그리움, 만남과 아쉬움, 그리고 고독과 비애가 있다. 나그네가 되어본 이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두고온 일상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 그러나 우리가왜 그 하찮은 것들을 사랑해야하는지 알게된다.
그래서 모든여행은 귀로로 끝난다.
『으스럼이 안개가 흐른다/거리가 흘러간다/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가는 것일까?/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안개속에 잠긴 거리/…/사탕하는 친구 박(박)이여! 그리고 김(김)이여 !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끝없이 안개가흐르는데…』(윤동주의「흐르는 거리」중에서).
시인은 말한다. 인생이곧 태어남에서 죽음으로가는 여행이라고. 이미 떠나온 곳을 지금 돌아가보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영산이 불현듯 보고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영산은 온데 간데없어 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한다』(김광규의 「영산」중에서).
그렇다면 그리운 영산은 어디로 갔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는 나그네는 알고있다. 영산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음을.
『밤이나 낮이나 항상/호숫물이 낮게 기슭에 찰싹이는 소리/가로에 섰을때나 회색 포도위에 섰을때나/나는 그 소리를깊이 가슴 한복판에서 듣는다』(「예이츠」의 「이니스프리 호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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