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논객 채광석|정열의 문학세계 재조명|타계1주기 맞아 시·산문 전집 나와|미발표 옥중시·일기·수기·수필등 묶어|원고만 라면박스로 2개…창작열 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해 7월12일 새벽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채광석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전집1차분 2권『시전집』과『산문전집』이 나왔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그는 83년 시동인지『시와 경제』를 통해 등단, 생전에 시집 『밧줄을타며』, 평론집『물길처럼 불길처럼』, 옥중서간문집 『그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등 3권의저서를 남겼다.
그는 불과 4년동안의 짧은 문단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가 죽었을때 빈소와 장례식장엔 수백명의 문인들이 줄을 이었다. 고은 황석영 이시영 황지우 김정환등 선후배문인들이 추도문과 추도시를 지었고 문예지들은 잇따라 그의 죽음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는 서울대재학시절부터 학생운동에 참여, 75년과 80년 두차례에 걸쳐 투옥 당했으며 83년 문단데뷔와 함께 「80년대민중문학」을 이끌었다.
「문학인됨」을 말보다「실천」을 통해 보여준 그는 생전에 싸우지않은 문인이 없을 정도로 정열적인 논쟁을 벌여 「문단의논객」으로 통했다.
특히 그는 선후배 문인간의 보이지않는 거리감을 좁히기위해 누구보다도 애쓴 정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노동의 새벽』의 노동자시인 박노해를 발굴한 장본인이기도한 그는 80년대 한복판에서 「소시민적민족문학」을 비판, 「민중적민족문학」을 일관성 있게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후배평론가 김명인등에의해 확산, 채광석타계후 지금까지 문단최대논쟁인 「민족문학주체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문학이론에서는 비타협적이었으나 「문학인이라면 모두 동지」라는 신념위에서 문학이념을 달리하는 모든 선후배문인들과 친교, 문단에서는 드문 「큰 그릇」으로 불렸다.
채광석전집은 그가 생전 주간으로 일했던 도서출판 풀빛에서 간행됐다.
시전집 『산자여 답하라』는 그가 대학시절에 썼던 노트 25권속의 시들, 미발표옥중시, 시집 『밧줄을타며』속의 시들, 그리고 원고상태의 미발표시등을 망라한 2백30편의 시를묶었다.
산문전집 『유형일기』는 그가 남긴 일기·수기·수필, 그리고 언젠가는 소설로 쓰리라는 생각으로 그의 삶에서 가장 괴로왔다고 술회한 군대시절 이야기를 수기형식으로 쓴 「주홍글씨」등을 수록했다.
전집제작을 맡은 김명인은 『깨알같이 정성어린글씨로 쓰여진 노트며 원고지 뭉치들이 라면박스2 개』에 달했고 『어떤평론의 원고는 원고지 첫장의 서너줄을 메우기위해 무려 38장의 파지를 낸것도 있었다』며 그가 많이, 열심히, 꼼꼼히쓴 글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채광석전집은 올해안으로 서간문전집과 평논전집이 잇따라 출간될 예정이며, 채광석문학에 대한평가작업도 준비되고 있다.
도서출판 풀빛과 그가 타계직전까지 설립추진에 관여했던 민족문학작가회의는 16일 오후4시 여의도백인회관에서 「고채광석시인1주기추모및 전집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기형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