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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인 조직 문화 미국에서도 통하는 블라인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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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호 14면

지난 1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의 직원이 블라인드 게시판에 ‘일부 직원들이 승객의 이동 경로 등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직원들은 배우자나 헤어진 애인이 어디에서 타고 내렸는지를 수시로 살펴봤다고 자랑했다.

하고싶은 말 못하는 건 전 세계 공통 #‘우버’ 내 성차별 문제 공론화 시켜

한 직원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떠벌리기도 했다. 경쟁업체 우버와 달리 윤리적이며, 정보보호를 철저히 한다는 리프트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우버 내 성차별 문제는 여성 엔지니어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폭로됐다. 하지만, 합리적인 해결방안 등에 대한 토론은 블라인드 내 우버 게시판에서 더 활발했다. 당시 우버 직원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하루 2시간 가까이 됐다. 미국에서도 블라인드 앱이 직장인들의 ‘대나무숲’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는 한국에서 더 잘 통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연공서열제도가 강해서다. 하지만 문성욱 팀블라인드 대표는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3년간 블라인드를 미국에서 운영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그는 “세계 어느 직장이든 소통 결핍과 위계질서로 인한 구성원간 정보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미국처럼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서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앳윌 해고(at-will fire)’ 제도가 노동자들의 입을 더욱 무겁게 한다. 소수자이거나 비자 문제가 걸린 이민자는 더 하다. 직장 내 서열보다 신분(인종)이 소통을 더욱 가로막는 셈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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