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의 직원이 블라인드 게시판에 ‘일부 직원들이 승객의 이동 경로 등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직원들은 배우자나 헤어진 애인이 어디에서 타고 내렸는지를 수시로 살펴봤다고 자랑했다.
하고싶은 말 못하는 건 전 세계 공통 #‘우버’ 내 성차별 문제 공론화 시켜
한 직원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떠벌리기도 했다. 경쟁업체 우버와 달리 윤리적이며, 정보보호를 철저히 한다는 리프트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우버 내 성차별 문제는 여성 엔지니어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폭로됐다. 하지만, 합리적인 해결방안 등에 대한 토론은 블라인드 내 우버 게시판에서 더 활발했다. 당시 우버 직원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하루 2시간 가까이 됐다. 미국에서도 블라인드 앱이 직장인들의 ‘대나무숲’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는 한국에서 더 잘 통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연공서열제도가 강해서다. 하지만 문성욱 팀블라인드 대표는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3년간 블라인드를 미국에서 운영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그는 “세계 어느 직장이든 소통 결핍과 위계질서로 인한 구성원간 정보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미국처럼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서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앳윌 해고(at-will fire)’ 제도가 노동자들의 입을 더욱 무겁게 한다. 소수자이거나 비자 문제가 걸린 이민자는 더 하다. 직장 내 서열보다 신분(인종)이 소통을 더욱 가로막는 셈이다.
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