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낙관론만으로 경제가 살아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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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 관계자의 말만 들어보면 이 나라 경제는 탄탄대로(坦坦大路)에 전도양양(前途洋洋)해야 마땅하다. 한덕수 경제부총리에 이어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수출과 내수의 균형 속에 전반적인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1분기에 6% 안팎으로 성장한 것으로 예상되고 연간으로는 5% 성장과 35만~4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듯하다. 경제가 이렇게 풀리기만 한다면 오죽 좋겠는가.

그러나 과연 그런가.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반짝 살아났던 소비심리는 두 달 연속 악화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이 아니라 잘나가던 수출은 고꾸라지고 내수는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후의 경기 반등이 불과 석 달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을 조짐을 보이는데도 이 정부의 정책 당국자들은 1분기 6% 성장이란 숫자에 매달려 낙관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엇갈리는 경제지표 가운데 불안한 지표는 무시하고 유독 나아지는 지표만을 골라 미래를 장밋빛으로 색칠하기에 바쁘다. 1분기 석 달만 성장률이 괜찮으면 그 뒤에는 경제가 아무래도 좋단 말인가.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여건이 단박에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환율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고, 고유가 추세가 조만간 꺾이지도 않을 것이다. 노동계의 춘투와 검찰의 현대차 관련 수사도 경기회복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치열하게 고민해도 시원찮을 판에 "경제는 잘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수사(修辭)가 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는 일반 국민에게 선뜻 와 닿을 리가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리는 몇 가지 지표만을 가지고 경제 위기를 부추길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다만 어려운 것은 어려운 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미리미리 개선할 방도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서는 대책도 없고 장밋빛 미래도 없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