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국내 맥주…공정위 "경쟁촉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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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개 이하의 기업이 시장을 좌우하는 독과점 산업이 91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혹평받고 있는 국내 맥주 산업은 경쟁촉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공정위, 시장 구조조사 결과 #독과점 산업 광ㆍ제조업 58개 #3개 이하 소수 기업 시장 지배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 커

대동강 맥주.

대동강 맥주.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내놓은 ‘시장구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산업집중도(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광업ㆍ제조업이 50%를 기록했다. 1년 전(51.9%)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26.3%로 역시 전년(29.2%)보다 낮아졌다.

2015년 현재 독과점 유지산업은 광업ㆍ제조업이 58개로 집계됐다. 독과점구조 유지산업은 5년간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1년 전(56개)보다 다소 늘었다. 고령토ㆍ코르크ㆍ액정디스플레이(LCD) 등 8개 산업이 포함됐다, 반면 타이어ㆍ자동차용 엔진 제조업ㆍ현악기 등 6개 산업은 독과점 산업에서 빠졌다.

서비스업은 33개로 전년(37개)보다 줄었다. 선물중개업ㆍ영화관운영업 등 12개 산업이 새로 포함됐고, 금융시장 관리업ㆍ보건 및 복지행정 등 16개 산업이 제외됐다.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은 평균 출하액 및 내수집중도가 높지만, 연구ㆍ개발(R&D)비율 및 해외개방도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업ㆍ제조업 58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출하액은 2818억원이다. 광업ㆍ제조업 전체 평균(574억원)보다 5개가량 많다. 평균 R&D 비율은 1.6%로 독과점구조가 아닌 산업의 평균치(1.7%)보다 다소 낮았다.

광업ㆍ제조업 중 독과점 유지 산업.[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광업ㆍ제조업 중 독과점 유지 산업.[자료 공정거래위원회]

58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내수집중도(내수시장규모 대비 내수 출하액 비중)는 74%로 전체 평균(35.8%)의 2배를 넘었다. 인조모피ㆍ코르크ㆍ국악기 등 11개 산업은 내수시장 집중도가 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해외개방도(출하액 대비 수출ㆍ입액 비중)는 12.7%로 광업ㆍ제조업 전체 평균(11.9%)보다 다소 높았다. 하지만 시장 개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이 2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유나 승용차 등은 총 출하액 및 평균 출하액이 모두 큰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신규기업의 진입이 어려워 향후 소수 기업에 의한 시장지배력 남용의 가능성에 대해 주시할 필요성이 크다고 공정위는 진단했다. 화물차, 맥주 등의 경우 시장집중도는 높은 반면, 해외개방도는 낮아 경쟁압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경쟁촉진 시책이 필요한 것으로 공정위는 분석했다.

전체 산업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출하액(매출액) 기준으로 2015년에 27.3%를 기록했다. 2010년(25.7%) 대비 1.6%포인트 늘었다. 종사자 수 기준으로도 2010년 6.9%에서 2015년 7.7%로 0.8%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 광업ㆍ제조업 분야의 출하액 중 대규모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46.5%,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분야의 경우 매출액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 종사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조사됐다.

김형배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을 대상으로 신규진입 촉진 등 경쟁촉진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큰 걸 고려해 더욱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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