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판매자 항소심서 무죄 … 전문가들 “파장 큰 데 법률 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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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사용한 것과 비슷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한 개발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최성길)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발자(37)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드루킹이 사용한 프로그램과 비슷 #법원 “포털 운용 방해로 보기 어려워”

이 개발자는 2010년 8월~2013년 10월 온라인으로 자신이 개발한 매크로 1만1774개를 팔아 약 3억원을 챙겼다. 구매자들은 매크로 포털사이트에 광고성 쪽지를 대량 발송하거나 댓글을 무한 등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포털 서버에는 통상의 최대 500배 부하가 발생했다. 1심은 개발자가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했다고 보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빠른 속도로 기능을 반복 수행했을 뿐,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아 포털 운용이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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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매크로가 ‘댓글 조작’ 등에 이용될 경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데 비해 관련 법률이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드루킹 김씨의 핵심 공범인 ‘서유기’ 박모(30·구속)씨도 지난 20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매크로 사용만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으며, 사용자의 의사 표현에 보조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욱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으로는 매크로를 처벌하기가 마땅치 않다 보니 보통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드루킹김씨 역시 네이버의 정상적인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구속기소됐다. 김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매크로 관련 사건은 통상 약식기소에 벌금형이 많다”고 말했다. 드루킹 김씨는 지지자들에게 “2~3개월 걸릴 것이니 참고 인내하고 견뎌 달라”며 “서열 갈등이나 반목하지 말고 힘을 모아달라”고도 당부한 바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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