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냐 김근식이냐…안철수-유승민 공천갈등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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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친 바른미래당은 당사도 두 개, 사무처도 두 개인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이번에는 공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화약고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가 8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동일빌딩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유승민 공동대표가 이 자리에서 운동화를 선물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가 8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동일빌딩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유승민 공동대표가 이 자리에서 운동화를 선물했다.

바른미래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3일 서울 노원병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재공모를 했다. 이 지역에 유일하게 공천을 신청한 이준석 지역위원장을 단수 공천할 지 여부를 놓고 22일 표결을 했는데 5 대 5로 갈리며 부결되면서다. 5 대 5로 표가 나뉜 건 국민의당 측 인사 5명, 바른정당 측 인사 5명의 표가 정확히 반영된 탓이다. 공관위는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인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독립야구연맹 초대 총재에 취임한 이준석 당시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1대 한국독립야구연맹(KIBA) 총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독립야구연맹 초대 총재에 취임한 이준석 당시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1대 한국독립야구연맹(KIBA) 총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단독 신청한 이 위원장의 공천이 확정되지 못하자 후유증이 커졌다. 당장 이준석 위원장이 반발했다.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년쯤 전에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 대한 사감으로 공천을 가지고 당 자체를 망가뜨린 일이 있다”며 “결국 부메랑은 본인에게 간다”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유승민 공천 갈등을 연상시킨다.

이후 이 위원장은 “누군가의 뜻을 받들어 장난치는 자들을 무찌르고 필승하겠다”는 글도 올렸다. 이 위원장이 말한 ‘누군가’란 누가 봐도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측이다.

이번 재보궐을 앞두고 안 위원장 측 주변에서는 노원병 후보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안 후보의 외교ㆍ안보 참모다. 김 교수는 공관위 심사 때까지 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김 교수가 전략 공천을 바라고 후보 등록을 안 한 것이란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공천 심사를 두고도 양측의 설명은 다르다. 과거 국민의당 쪽 공관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의 지역구였던 노원은 상징성이 있는 곳인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보자는 취지로 경쟁력 평가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표결을 주장한 건 바른정당 측 인사들이다”며 “지역을 오래 다져왔는데도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게 낫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 쪽 공관위 관계자는 “당에서 전략공천 해주면 마지못해 선거에 나오는 척하려고 하는 김 교수의 태도 자체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일단 김 교수는 24일 예비 후보 등록을 했다. 이에 따라 노원병은 이준석-김근식 간 경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관위 관계자는 “논란이 된 만큼 특정 후보를 단수 공천을 할 수는 없고 여론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후보 자격과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측은 “한번 부결된 만큼 후보 자격이 상실됐다"라는 주장이다. 반면 바른정당 측은 “보류일 뿐 후보 자격이 없어진 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론조사 방식도 당원의 포함 비율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노원병은 안 후보의 지역구라 당원 비율이 높을수록 김 교수 측이 유리하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앙포토]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앙포토]

노원병 충돌은 안철수-유승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에 나선 후 함께 선거를 뛸 25개 구청장 후보 영입에도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서울시장 후보가 함께 뛸 구청장 후보 정도는 팀을 짜서 하게 하는 게 맞지 않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승민 대표 측은 “당 지도부가 멀쩡히 있는데 후보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응수하고 있다.

당내에선 “당 전체가 총력을 다해도 광역단체장 한명 배출하기 힘든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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