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친 바른미래당은 당사도 두 개, 사무처도 두 개인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이번에는 공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화약고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이다.
바른미래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3일 서울 노원병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재공모를 했다. 이 지역에 유일하게 공천을 신청한 이준석 지역위원장을 단수 공천할 지 여부를 놓고 22일 표결을 했는데 5 대 5로 갈리며 부결되면서다. 5 대 5로 표가 나뉜 건 국민의당 측 인사 5명, 바른정당 측 인사 5명의 표가 정확히 반영된 탓이다. 공관위는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인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단독 신청한 이 위원장의 공천이 확정되지 못하자 후유증이 커졌다. 당장 이준석 위원장이 반발했다.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년쯤 전에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 대한 사감으로 공천을 가지고 당 자체를 망가뜨린 일이 있다”며 “결국 부메랑은 본인에게 간다”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유승민 공천 갈등을 연상시킨다.
이후 이 위원장은 “누군가의 뜻을 받들어 장난치는 자들을 무찌르고 필승하겠다”는 글도 올렸다. 이 위원장이 말한 ‘누군가’란 누가 봐도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측이다.
이번 재보궐을 앞두고 안 위원장 측 주변에서는 노원병 후보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안 후보의 외교ㆍ안보 참모다. 김 교수는 공관위 심사 때까지 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김 교수가 전략 공천을 바라고 후보 등록을 안 한 것이란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공천 심사를 두고도 양측의 설명은 다르다. 과거 국민의당 쪽 공관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의 지역구였던 노원은 상징성이 있는 곳인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보자는 취지로 경쟁력 평가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표결을 주장한 건 바른정당 측 인사들이다”며 “지역을 오래 다져왔는데도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게 낫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 쪽 공관위 관계자는 “당에서 전략공천 해주면 마지못해 선거에 나오는 척하려고 하는 김 교수의 태도 자체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일단 김 교수는 24일 예비 후보 등록을 했다. 이에 따라 노원병은 이준석-김근식 간 경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관위 관계자는 “논란이 된 만큼 특정 후보를 단수 공천을 할 수는 없고 여론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후보 자격과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측은 “한번 부결된 만큼 후보 자격이 상실됐다"라는 주장이다. 반면 바른정당 측은 “보류일 뿐 후보 자격이 없어진 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론조사 방식도 당원의 포함 비율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노원병은 안 후보의 지역구라 당원 비율이 높을수록 김 교수 측이 유리하다.
노원병 충돌은 안철수-유승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에 나선 후 함께 선거를 뛸 25개 구청장 후보 영입에도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서울시장 후보가 함께 뛸 구청장 후보 정도는 팀을 짜서 하게 하는 게 맞지 않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승민 대표 측은 “당 지도부가 멀쩡히 있는데 후보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응수하고 있다.
당내에선 “당 전체가 총력을 다해도 광역단체장 한명 배출하기 힘든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