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눈의 돼지 신부' 제주 맥그린치 신부 선종...향년 90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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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하는 등 한국에서 60년 넘게 선교와 사회사업을 해 온 P.J.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23일 오후 향년 90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중앙일보 자료사진]

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하는 등 한국에서 60년 넘게 선교와 사회사업을 해 온 P.J.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23일 오후 향년 90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중앙일보 자료사진]

‘푸른 눈의 돼지 신부’로 불리며 제주를 위해 헌신한 패트릭 제임슨 맥그린치(P.J Mcglinchey, 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23일 오후 6시 27분 향년 90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이달 초 건강이 악화 돼 심근경색과 신부전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60여 년 동안 제주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목축업 교육을 전파한 그는 평생을 제주 땅에서 봉사하다 이 곳에서 눈을 감았다.

1928년 아일랜드에서 수의사 아들로 태어난 맥그린치 신부는 사제서품을 받고 1954년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제주 땅을 밟았다. 제주시 한림본당에 부임한 그는 당시 한국전쟁과 4·3을 겪어 피폐해진 제주 주민들을 안타까워하며 사람들을 돕기로 마음먹는다. 경기도로 수행을 떠나 돌아오는 길에 요크셔 암퇘지 한 마리를 가져와 기아에 허덕이던 주민들을 위해 축산업을 시작했다.

이는 성 이시돌 목장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수익금으로 소외계층을 위해 경로당, 요양원, 유치원, 노인대학 등을 설립해 운영했다. 2002년에는 저소득층 사람들도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무료 간병 시설인 호스피스 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를 만들어 각종 사회복지사업을 벌였다.

맥그린치는 이 같은 공로로 인정 받아 2014년 자랑스러운 제주인으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상으로 받았다. 모국인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한림성당에 고인의 빈소를 마련했다. 장례미사는 오는 27일(금) 오전 10시 제주시 한림읍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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