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경공모가 특정후보 위해 글 쓴 대가 의심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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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드루킹 김동원씨가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출판사 패쇄회로TV 영상을 확보했다. 취재진이 출판사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경찰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드루킹 김동원씨가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출판사 패쇄회로TV 영상을 확보했다. 취재진이 출판사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중앙선관위원회가 지난해 검찰 수사의뢰서에 적시한 ‘드루킹 관련 수사의뢰 사항’은 구체적으로 선거법 관련 3가지 혐의다. 선관위는 일단 경공모가 특정 후보자(※문재인 후보 지칭)를 홍보하는 다수의 글을 게시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경공모가 그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결성된 사조직으로 판단돼 공직선거법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었다.

대선 직전 매수 혐의로 수사 의뢰 #검찰 “정상 거래” 무혐의 사건 종결 #야당 “검찰 수사 의지 없었다” 비판

경공모 파주 사무실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정황도 있다고 수사 의뢰서에 적었다. 해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문제의 사무실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돼 공직선거법 제89조(유사기관의 설치금지)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경공모 관계자의 금융거래자료 확인결과 불명확한 자금 흐름이 확인되고 특정 후보를 위해 글 쓴 대가로 의심돼 공직선거법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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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3월 23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옹호하는 글이 확산된다는 제보를 접하고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해당 게시글의 출처가 인터넷 카페 ‘경공모’임을 확인했다. 선관위 측은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파주 사무실에 대한 현장 확인·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권의 한계로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고 밝혔다.

수사의뢰를 접수받은 대검은 사건을 관할인 고양지청으로 보내 강제수사에 착수(2017년 5월 10일)했고 5개월뒤인 10월 16일 무혐의로 종결했다.

하지만 요즘 드러나고 있는 드루킹 사건의 윤곽은 당시의 검찰 수사내용과는 차이가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부실 수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검찰이 지난해 계좌 추적을 했다고는 하지만 드루킹 김씨 등 경공모의 핵심 인사들까지 대상이 되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경공모의 연간 운영비가 11억원에 이르고 김경수 의원측 한모 보좌관이 김씨 측에서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경공모의 자금 출처 및 흐름을 두고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검 관계자는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경공모의 불명확한 자금 흐름에 대해 “당시 계좌추적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을 때 연결 계좌에 대해선 일부 기각된 부분들이 있다. 당시 검찰의 경공모 자금 추적 수사에 대해 100% 자신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 때는 지금과 같이 사건의 윤곽이 다 드러나지 않은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원 간 ‘문재인’ ‘정권교체’ 등의 글귀가 새겨진 수건을 거래한 단서가 있었는데 조사결과 정상 거래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 상당 부분 밝혀진 것처럼 경공모 회원들은 사실상 파주 사무실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조작 활동을 했다. 경찰은 김경수 의원이 2016년 1월∼2017년 10월 김씨에게 총 10건의 기사를 보냈으며 “홍보해주세요”,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 등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해 수사 당시 조직적으로 글을 게시하는 것으로도, 선거운동 유사기관으로도 보지 않고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후보를 위해 결성된 사조직이 의심된다는 부분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드루킹은 민주당 지지자였고 다른 회원들에게 가입을 권유한 것은 맞지만 다른 수사의뢰 대상자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어서 사조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파주 사무실이 선거 운동용으로 의심된다는 데 대해선 “단체 명의로 선거운동을 한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각자 문 후보를 지지활동한 정황만 나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광덕 의원은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임을 알수 있는데도 검찰은 스스로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결국 이 사안은 특검을 도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적정성을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일훈·김영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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