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예정대로 돌아올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몽구 회장의 미국 행방이 묘연하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정 회장의 일정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 회장은 예정대로 9일 입국할까? 정 회장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LA 판매법인,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부지 등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2일 갑작스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묘연한 정 회장의 행방=현대차 측은 이번 방미 일정은 일주일이라고 밝혔다. 3일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정 회장은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출국 직후부터 줄곧 "정 회장의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 일주일 일정을 마치면 귀국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정 회장의 불확실한 행보를 의식한 듯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이) 일을 다 보시면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이신 분이 회사에 대한 수사의 대책회의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수사에서 정 회장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 회장이 출국한 이튿날인 3일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은 정 회장의 귀국 여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지에서 국내 언론 보도와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의 방미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도피성'이었다면 귀국은 늦어질 것이다. 또 오는 27일로 예정된 우드로 윌슨상 시상식 참석을 이유로 귀국 일정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정 회장의 귀국을 사실상 '종용'한 상황에서 귀국을 늦춘다면 여론의 뭇매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검찰이 현대차의 비자금을 수사한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털 것은 빨리 털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총수 일가가 책임 있게 대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차질 빚는 해외 사업=검찰의 전면적인 수사로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이 연기되는 등 현대.기아차그룹의 해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임직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26일로 예정돼 있던 미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공장 건설 일정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며 "조지아주 관계자들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착공식 행사에는 정 회장 부자가 모두 참석하기로 했었지만, 정의선 사장은 이미 검찰에 의해 출국이 금지된 상태로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아차 납품업체 공장 유치를 협의하기로 했던 애틀랜타 피닉스시 관계자들의 방한도 연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에서 행사를 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와서 양측 협의하에 일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은 3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올 상반기 국내 판매 점유율이 하락한 것에 대해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