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동이가 엮는 산역사|권병길씨 1인극 『거꾸로 사는 세상』|격변기의 꿈과 좌절 함께 반추|유행가·풍물 등을 재담으로 꾸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견연기자 권병길씨(42·사진)가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1인극『거꾸로 사는 세상』을 무대에 올린다.
12일∼8월7일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거꾸로…』는 해방동이 권중섭의 삶의 과정을 그린 것.
아버지의 월북·어머니의 개가로 고아처럼 자란 중섭은 서울에 상경, 신문팔이로 지내면서 4·19와 5·16을 경험한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의 그늘에서 자란 그는 식당종업원·포장마차·서적외판원을 전전하며 사회의 비리를 경험하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중섭은 삼정물산이란 소규모 무역회사에 입사하나 부정과 비리를 통해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 이를 폭로하다 회사에서 쫓겨난다. 실직한 그는 거리를 방황하다 시위대열에 합세하나 결국 전경에게 체포되고야 만다.
권씨는 46년 충남청양태생으로 68년 연극계에 입문, 극단자유 단원으로 『띠의 결혼』『대머리 여가수』 등 50편에 출연해 온 중견연기자.
『80년대 들어와 잇단 학생분신자살·광주사태 등 일련의 기형적인 사회현상을 보고 크게 잘못하고 죄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로 살기가 고달픈 내팔자와 세상팔자가 비슷하게 여겨져 연극화해 볼 생각을 갖게 됐다』고. 86년부터 구상에 들어가 금년1월부터 본격 집필함으로써 공연을 확정지었다.
해방이후 현재까지를 대증들이 즐겨 불렀던 유행가나 당시의 풍물을 재담으로 엮어 시대구분을 꾀하는데 공연시간은 약1시간30분정도.
가난하고 배고팠던 50∼60년대를 살아야만 했던 40대가 정치적 격변기를 보내면서 어떻게 그들의 꿈과 희망을 포기했는지를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이 연극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해방후 역사를 일관성있게 보여준다는 것. 권씨는 『그간 현대사의 부분적 조명은 자주 있었으나 이처럼 일관성있게 그린 것은 처음으로 안다』면서『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첫 시도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연에서 제작·극본·연출·출연까지 1인4역을 해낸다. <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