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미국 제재 넘어 남북 따로 합의할 내용 많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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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장단 청와대 초청 오찬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48개 언론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정상회담에 있어 언론은 정부의 동반자로, 그동안 우리 언론은 남북관계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백근 CBS 사장 직무대행, 이병규(문화일보 발행인) 한국신문협회장, 문 대통령, 양승동(KBS 사장) 한국방송협회장,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우종순 아시아투데이 사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48개 언론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정상회담에 있어 언론은 정부의 동반자로, 그동안 우리 언론은 남북관계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백근 CBS 사장 직무대행, 이병규(문화일보 발행인) 한국신문협회장, 문 대통령, 양승동(KBS 사장) 한국방송협회장,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우종순 아시아투데이 사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사장단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고,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열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길잡이 회담’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란 정부의 생각이 담긴 용어다.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의 목표는 비핵화이고, 비핵화는 남북만으론 안 되고 북·미가 도장을 찍어야 하며, 이게 선행돼야만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도 가능하다는 남북-북·미 톱니바퀴론이기도 하다.

“2007년 10·4회담 때와 상황 달라 #남북대화만으로 남북관계 못 풀어” #종전선언 '비핵화' 평화협정 구상 #한반도 상황 반전 트럼프에 공 돌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경험이 있다. 2007년 10·4 정상회담 때 회담준비위원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당시는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북핵 합의가 된 상황이었고 아무 부담없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상황만 합의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지금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어떤 합의부터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제재를 넘어서서 남북이 따로 합의할 내용도 크게 많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단에 밝힌 결론은 “남북대화가 잘 되는 것만 가지고 남북관계를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공식 거론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합의를,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평화협정 추진을 공식화하는 한반도 평화 로드맵이다. 하지만 평화협정 논의에는 함정이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경우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이 사라졌음을 인정하는 게 된다. 이를 명분으로 북한과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게 미국과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북·중의 평화협정 추진 요구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한반도의 군사적 지형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의도가 깔린 거짓 평화 공세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불안감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공개했다. 평화협정 추진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전제가 아님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총론적 합의보다 비핵화 이행 과정이 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비핵화)는 보수든 진보든 생각이 다를 바 없다”며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염려하시는 바와 같이 과연 그 목표(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지, 이 방안들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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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는 데 역할을 했다는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도화돼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와 격려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교준 중앙일보 대표이사 겸 발행인, 김수길 JTBC 대표이사 등 언론사 사장 46명이 참석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이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언론은 정부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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