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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8년 만에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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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프로농구 챔프전 2패 뒤 4연승

김선형(가운데) 등 서울 SK 선수들과 문경은 감독(맨 오른쪽)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SK는 지난 1999~2000 시즌 이후 18년 만에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김선형(가운데) 등 서울 SK 선수들과 문경은 감독(맨 오른쪽)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SK는 지난 1999~2000 시즌 이후 18년 만에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는 명문 구단의 조건을 모두 갖춘 팀이었다. 팬들도 가장 많았고, 구단의 팬서비스와 마케팅도 훌륭했다. 그런데 딱 한 가지가 모자랐다. 그건 바로 ‘성적’이었다.

김선형 "아시안게임 금보다 기뻐" #문경은, 선수 이어 지도자로도 우승 #평균 25점 화이트, 챔프전 MVP

중위권에 머물렀던 SK가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18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4쿼터 종료 6초를 남기고 79-77로 SK가 앞선 상황에서 원주 DB가 공격권을 가져갔다. 그러나 윤호영(34)이 내준 패스를 디온테 버튼(24)이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그걸로 승부는 끝이었다. SK는 상대의 파울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로 1점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최종 스코어는 80-77.

원주에서 열린 챔프전 1·2차전을 모두 내줬던 SK는 3~6차전에서 4연승을 거두면서 기적과 같은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프로농구 챔프전 역사상 2연패 후 4연승을 거두면서 역전 우승한 건 SK가 처음이다. 이날 주장 김선형(30)은 7점을 넣는데 그쳤지만, 챔프전 내내 고비 때마다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프로 데뷔 7시즌 만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김선형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밟혀 조금 상처가 났는데 내겐 ‘영광의 상처’라 할 만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DB 프로미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SK가 80-77로 DB에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문경은 감독 및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뉴스1]

18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DB 프로미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SK가 80-77로 DB에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문경은 감독 및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뉴스1]

김선형은 이번 챔프전에선 주로 4쿼터에 뛰었다. 문경은(47) 감독은 “김선형이 체력적으로 버거워해서 막판에 뛰게 했다”고 말했다. 화려한 개인기에다 종종 덩크슛까지 꽂는 김선형의 빠른 플레이를 보고 농구 팬들은 그에게 ‘플래시(flash) 썬’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한국 농구의 대표적인 테크니션으로 국가대표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던 김선형이었지만 올 시즌은 유독 힘들었다. 지난해 10월17일 경기 도중 착지하다 오른발목 인대가 파열돼 12주 진단을 받았다. 시즌을 접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지만 그는 134일 만에 코트에 돌아왔다.

김선형은 수술을 한 뒤 재활 훈련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숙소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예전과 다른 게 보였다. 경기의 흐름이나 선수들의 특징이 새롭게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2월28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복귀한 그가 정규리그에서 뛴 건 9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긴 공백은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2012~13 시즌 챔프전에서 4전 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씻기 위해 김선형은 악착같이 뛰었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홈 3차전에서 그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레이업을 성공시켜 승리(101-99)의 주역이 됐다. 결국 3차전 승리가 챔프전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2017~18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전적

2017~18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전적

김선형은 이후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면서 SK의 기적 같은 4연승을 이끌었다. 김선형은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부상을 당한 뒤 힘들게 걷는 순간 등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룬 우승”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경은 SK 감독이 양팔을 벌려 우승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경은 SK 감독이 양팔을 벌려 우승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SK 감독에 부임한 문경은 감독은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래알 팀워크’로 비난을 받던 SK가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된 데는 문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2000~01 시즌 서울 삼성에서 선수로서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17년 만에 지도자로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챔프전 6경기에서 평균 25점, 5.3리바운드, 7.5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SK의 우승을 이끈 테리코 화이트(28)가 기자단 유효 투표수 95표 중 64표를 얻으면서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가 챔프전 MVP를 차지한 건 2002~03 시즌 원주 TG(현 DB)의 데이비드 잭슨 이후 15년 만이다.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DB 프로미의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DB 김주성이 심판의 판결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DB 프로미의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DB 김주성이 심판의 판결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정규리그 우승팀 DB는 챔프전 3차전에서 패한 뒤 주전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쳐 SK에 우승을 내줬다. 16년 동안 DB에서 뛰었던 김주성(39)은 우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하고 코트를 떠나게 됐다. 이번 챔프전에선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매 경기 모호한 판정으로 선수들의 반발을 샀고, 결정적인 순간에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해 승부의 흐름을 깨뜨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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