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열기 붙잡아 우주로 발사…전기 사용량 21% 줄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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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18 TED서 쏟아진 아이디어

아스왓 라만 박사가 적외선을 이용한 냉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TED]

아스왓 라만 박사가 적외선을 이용한 냉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TED]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부두에서 승객 100여 명을 실은 여객선이 출발한다. 목적지는 부두에서 5㎞ 떨어진 바다 위 초대형 바지선. 승객들은 바지선 위에 세워져 있는 106m 높이의 거대한 로켓에 옮겨탄다. 잠시 뒤 지구 상공 300㎞까지 포물선을 그리면 올라간 로켓은 다시 하강을 시작한다. 로켓이 도착한 곳은 중국 상하이. 소요시간은 단 39분이다. 일반 제트 여객기 속도의 약 27배에 해당하는 시속 2만7000㎞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뉴욕서 쏜 스페이스X 여객 로켓 #39분 만에 상하이 무사히 도착 #“앞으로 10년 안에 현실화” 장담 #해저 200~1000m 사는 심해어 #이산화탄소 저장하는 습관 있어 #인간 손 닿으면 환경재앙 우려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그윗 숏웰 사장이 지난 11일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TED’강연 중 보여 준 동영상이다. 로켓을 이용한 상업용 우주 여객선 구상이다.

지난 10일 개막한 2018 TED 콘퍼런스는 ‘놀라움의 시대(The Age of Amazement)’라는 올해 주제에 걸맞게 기발한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로켓 우주여객선 외에도, 지구의 열기를 우주로 쏘아 버리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등도 소개됐다.

상업용 로켓 우주여객선 계획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것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일론 머스크 회장이 종종 해온 ‘던져보는 차원’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윈 숏웰 사장이 TED에서 “향후 10년 안에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27개의 로켓 엔진을 단 역대 최대 크기의 ‘팰컨 헤비로켓’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계획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가 이에 대해 “멋지긴 하지만 미친 짓”이라며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땅으로 미사일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봐라…”라며 말을 더듬었다. 숏웰 사장이 “분명히 현실화할 것이다. 민간 로켓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는 걸 예전엔 상상할 수 있었나”라고 반문하자,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스페이스X의 상업용 로켓 우주여객선이 뉴욕을 출발해 39분만에 상하이에 도착하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스페이스X 동영상 캡처]

스페이스X의 상업용 로켓 우주여객선이 뉴욕을 출발해 39분만에 상하이에 도착하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스페이스X 동영상 캡처]

12일 강연에는 미국 벤처기업 스카이쿨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 아스왓 라만 MIT 교수가 냉방을 위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더불어 지구 온난화도 막을 수 있다는 획기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 위의 물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는데, 그 적외선 중 일부 파장은 대기권을 뚫고 우주까지 올라간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라만 교수는 이 적외선 파장을 이용해 지상에 있는 열을 붙잡아 영하 270도의 우주 공간으로 쏘아버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의 2층 건물에 장치를 설치해 실험했더니 연간 전기 사용량의 21%를 줄일 수 있었다.

그는 “미국 에너지 생산량의 14%가 에어컨과 냉장고 등 냉방에 쓰이고,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가 에어컨과 냉장고에서 나온다”며 “스카이쿨시스템의 기술은 전기 생산에 드는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해 지역이 지구 온난화 방지의 열쇠를 쥐고 있어 연구와 보존이 절실하다는 연구도 소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민간연구소 우드홀오션그래픽인스티튜트의 하이디 소식 박사는 11일 강연에서 수심 200~1000m의 소위 ‘트와일라이트(twilight) 존’에 대해 소개했다.

소식 박사는 “이 지역은 식량 안보와 지구 온난화 문제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앨퉁이라는 심해어가 최대 수천조 마리 이상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며 “앨퉁은 먹이사냥을 다니는 도중에 이산화탄소를 심해로 가져가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들 심해어가 사는 지역까지 인간이 손을 뻗칠 경우, 지구촌 차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소식 박사의 주장이다.

소식 박사의 연구 프로젝트는 TED가 올해부터 시작한 6억3400만 달러(약 6782억원) 규모의 ‘대담한( Audacious) 프로젝트’중 하나로 선정됐다. 앤더슨 TED 대표는 “그간 선정했던 ‘올해의 TED’ 상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ED의 구호이기도 한 ‘공유할 만한 정보(ideas worth spreading)’를 나눈다는 그간의 목적을, 이제는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행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쿠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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