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한국GM, 올드머니 지원 없다"…차등감자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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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올드머니'(과거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에 대출해준 돈)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 회장은 13일 산업은행에서 기자들과 만나 "(GM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데 따르는) 올드머니는 기존 경영에 따른 책임이기 때문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뉴머니'(신규 자금 지원)도 정상화라는 취지에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선(先) 실사, 후(後) 지원'과 '올드머니는 GM 본사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한국GM 지분 83%를 가진 GM은 대출금 27억 달러(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해 한국GM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후 최소 20 대 1 비율의 차등감자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17%인 산업은행 지분율이 내려가 비토권 등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한국GM 정관에는 주주총회 특별안건 의결 기준이 85% 이상 찬성으로 돼 있다. 이 회장은 "그쪽에선 차등감자에 난색을 보여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초까지 실사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뉴머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GM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진행 중이라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회장은 한국GM 실사와 관련해 "핵심은 이전가격(transfer price)인데 (본사 입장에선) 글로벌 전략이고 세금 문제가 엮여 있어 다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로서도 어려운 부분"이라며 "인건비 문제는 아직 (임단협) 타결이 안 돼 산업은행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와의 면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소수 주주로서 자격이 없다"며 "노사 문제에 개입할 수도 없고, 방법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GM 협력업체가 '선지원, 후실사'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그 요구가 100% 틀렸다고 하긴 어렵다"고 했다.

댐 암만 GM 총괄사장은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오는 20일이 구조조정 합의 '데드라인' (마감시한)"이라며 "모든 이해 관계자가 이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20일까지 노사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자금난 때문에 부도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산업은행도 경기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며 "섣불리 얘기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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