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경험자 67% "그냥 참았다"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중앙포토]

 공공부문 종사자 중 6.8%가 최근 3년간 직접적인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다수는 피해 사실을 숨긴 채 참고 넘어갔다.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에 따라 공공부문 종사자의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온라인 조사를 실시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종사자 59만9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6일까지 4주간 이뤄졌고 대상자의 408%인 23만2000명이 응답했다. 공공부문에서 실시된 성희롱‧성폭력 관련 조사 중 최대 규모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6.8%가 최근 3년간 직접적인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성희롱·성폭력 피해 후 어떻게 대처했는가'라는 질문에는 67.3%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해 여전히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직장 내 동료나 선후배에게 의논했다'는 응답이 23.4%로 그 뒤를 이었고, '직장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4.5%, '고충상담원이나 관련 부서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해 성범죄 피해 발생 시 공식적인 절차보다 사적 관계에 의지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고충상담창구와 관련해서는 '고충상담창구 운영 등에 관한 정보를 모른다'는 응답이 47.2%나 됐고, '비밀보장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도 29.3%를 차지해 회사 내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는 이유가 드러났다. 상담창구에 대한 홍보와 안내와 함께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비밀 엄수 등의 조치가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상사나 고충상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사건처리 결과에 만족했느냐는 응답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34.9%), '그렇지 않다'(16.5%) 등 부정적 응답이 51.4%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처벌이 미흡해서'(46.5%)라는 점을 가장 많이 들어 피해자 눈높이에 맞는 사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가부는 이번 사전 온라인 조사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이번 조사결과를 기초로 삼아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실태 파악을 위한 현장점검을 면밀히 실시할 예정"이라며 "각 기관이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건처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