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비율, 총수 일가에 유리”…현대차 “비율산정 적정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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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합병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어 이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질의서를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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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를 존속회사(출자와 핵심부품 사업)와 분할법인(모듈과 AS사업)으로 나누고, 분할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0.61대 1로 합병한다는 사업·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분할비율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 주주의 주식 1주 중 0.21주를 떼서 합병글로비스 신주 0.61주로 교환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삼일회계법인은 모비스 분할법인의 가치를 9조270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14조9000억원의 가치를 가진다”며 자체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어 “총수 일가 지분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도록 분할합병비율을 결정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며 “가치가 평가 절하된 현대모비스 소액주주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보낸 질의서에서 “삼일회계법인의 분할합병비율 산정이 부적절하고 판단하는 경우, 별도의 외부평가기관에 의뢰해 재산정하거나 분할합병 자체를 취소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공유된 분할합병계약서와 설명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이날 현대차그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가 계산한 방식은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실제로는 연결재무제표로 계산해야 맞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또한 원화 강세(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AS부품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3차례 투명경영위원회와 1차례의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검토하고 설명하는 등 관련 법령과 절차를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부 질의 내용은 현대모비스가 차후 참여연대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때도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정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모비스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은 5월 말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한편 참여연대는 최근 제기되는 김기식 금감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행적 관련 의혹에 대해 “보다 분명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최종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기식 원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이다.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은 12일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원께 드리는 글’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중엔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고,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참여연대는 제기된 의혹과 당사자 해명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보다 분명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부적절한 행위의 수준, 위법 여부, 유사사례에 대한 참여연대의 기존 입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입장을 내겠다”며 “입장표명이 다소 지체되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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