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기무사 '댓글 공작' 주도했나... 문건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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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사이버 인력/특수팀 운영 방안’ 기무사 문건 [사진 이철희 의원실]

‘기관별 사이버 인력/특수팀 운영 방안’ 기무사 문건 [사진 이철희 의원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전방위 댓글 공작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가 2008년 6월 4일 청와대에 보고한 '참고자료(6·4 청와대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국정원과 경찰청, 합참, 기무사 등 기관별 사이버 인력 현황을 파악한 뒤 '비노출 특수팀' 운영을 건의했다.

비노출 특수팀의 운영 목적은 "좌익세(력)의反정부 선전·선동에 대응, 정부 지지 여론 확산“이었다. 기무사 측은 문건에서 3단계로 활동 내용을 구분해 명시했다. 성명·논평 게시, 세미나 등 진실 논리 홍보, NGO 구성해 대학생 교육 및 조직화 등의 내용이었다. ”정부의 직접 지원 지양, 정부 광고 및 용역 알선 등 간접 지원“이라며 정부와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만들지 않으려 조심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관별 사이버 인력/특수팀 운영 방안’ 기무사 문건 [사진 이철희 의원실]

‘기관별 사이버 인력/특수팀 운영 방안’ 기무사 문건 [사진 이철희 의원실]

소수정예·비공개로 운영된 비노출 '특수 민간팀'도 있었다. 이들의 활동은 2단계로 나뉘었다. 1단계에서는 ‘KBS·MBC 및 좌파매체의 반(反) 정부 선동방송 모니터링’ ‘좌파 대응 논리개발, 온·오프라인상 확산’ ‘우파매체에 기사·칼럼 게재, 우파단체 명의 자료 배포’ 등이 임무였다. 2단계는 ‘1단계 자료를 호소력이 강한 선동성 논리로 재구성’ ‘각종 미디어(동영상·음악·만화 등)로 가공, 온·오프라인 확산’등이 목표였다. 기무사 측은 1·2단계를 수행하는 데 연간 2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해 보고했다. 민간팀의 팀장으로는 "좌익 추적 전문 프리랜서 기자, 우파매체에서 7년째 활동 중"이라는 김성욱 씨를 추천했다. 김씨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민간 여론조작 조직인 '알파팀'의 팀장을 맡은 바 있다.

또한 기무사는 "인터넷상에서 좌익세와 이념·사상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전투적 미디어" 설립을 건의했다. 활동 내용으로는 좌파매체 모니터링, 대응기사·칼럼 수시 게재, 특수팀 제작 자료 온·오프라인 언론사에 확산 등이 있었다. 인턴기자·시민논객 운용 및 청년대학생 육성 등도 활동 계획에 포함돼있었다. 기무사 측은 문건에서 이를 위한 예산만 3~4억 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철희 의원실 측은 "댓글 여론 조작의 선봉에 섰던 알파팀의 기획을 기무사가, 실행은 국정원이 나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실은 "기존 댓글 사건들처럼 조직원의 일탈 행위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습관적으로 정치 공작을 하는 조직으로 보인다"며 "매 정권 정치개입을 반복하고 집권 세력이 원하는 보고서를 제공하며 (활동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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