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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개편]현재 중 3부터 수시·정시 동시에 보게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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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현재 중3에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수시·정시를 통합해 선발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대입전형은 선발방식과 모집 시기에 따라 정시와 수시로 나뉘는데, 이런 구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전형을 간소화 해 학생 부담을 줄인다는 기대와 함께 지원횟수가 현재보다 줄어들 수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11일 수시·정시 통합 방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을 포함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을 공개하고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했다. 시안을 토대로 국가교육회의가 개편 방향을 결정하면 교육부는 최종 논의를 거쳐 8월까지 개편방안을 확정한다.

수시·정시 모집시기와 관련해 시안에 나온 방안은 두 가지다. 지금처럼 수시·정시를 따로 뽑거나 모집 시기를 일원화 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말로 미루는 것이다. 현재 대입에선 수시모집은 9월 중 원서접수를 하고 9~12월에 논술·면접 같은 대학별 고사가 이뤄진다. 정시모집은 12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수시전형은 학교 내신이나 교내 활동, 논술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전형기간이 정시전형보다 길다. 정시는 수능 시험을 잘 본 학생을 뽑는다.

 교육부가 현 중3에게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선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한양대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교육부가 현 중3에게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선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한양대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수시·정시를 통합해 선발하면 대학들이 대입전형을 운영하는 기간이 빠듯해져 수능 일정 조율도 불가피하다. 현재 수능은 11월 중순에 시행되는데 이를 11월 초로 2주 앞당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은 대입전형을 수능 성적이 발표된 이후인 1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4개월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대입전형은 수시와 정시를 합쳐 6개월 동안 이뤄지는데, 이 기간이 2개월 단축되는 것이다.

모집 시기가 수능 성적 발표 이후로 미뤄지면 학생들은 수능과 내신, 교내활동 등을 분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대입전형을 골라 지원할 수 있다. 현재는 수능시험을 치른 후 성적을 발표하기 전에 논술시험이나 면접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수능 성적이나 최저학력 기준 통과여부도 정확히 모른 채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 해 ‘깜깜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용어사전수능 최저학력 기준

 대입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기준.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며, 내신이나 논술 등이 우수해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한다. 보통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중 일부 영역의 일정 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전형 일정을 통일하는 것은 모집 시기가 달라 발생했던 부작용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현재는 수시·정시로 구분돼 있어 학생들은 둘 다 준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수시모집 합격자는 수능에서 아무리 우수한 성적을 받아도 정시모집에 지원하지 못하는 불편(이른바 ‘수시납치’)을 겪는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업보다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에 더 신경 쓰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수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김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경희대 입학처장)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면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받은 이후에 대입 원서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수시 납치’ ‘수능 가채점 문제’ 등이 해결되고 3학년 2학기 수업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사전가채점

 수능 성적이 나오기 전 수험생이 자신이 쓴 답을 맞춰보고 수능 등급 등을 예측하는 것

하지만 모집 시기를 통일하는 게 학생의 대입 지원 기회를 축소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학생들에게는 총 9번의 대입 지원 접수 기회가 있다. 수시 6회, 정시 3회다. 하지만 교육부 시안에 따르면 수시·정시를 통합하면 지원기회는 6회로 제한된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2018학년도 수험생들의 1인당 평균 지원횟수 살펴보니 수시는 4.6회, 정시는 2.8회였다. 이를 토대로 6회 정도 지원횟수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시안은 확정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교육회의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면 대학별로 일정이 비슷해 혼란이 커질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서강대에서 논술을 마친 수험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시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면 대학별로 일정이 비슷해 혼란이 커질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서강대에서 논술을 마친 수험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시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학의 전형 기간이 이전보다 줄어들면 대학별 고사 일정이 비슷해져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안광복 중동고 입학팀장은 “전형이 4개월 동안 이뤄진다고 해도 일정상 논술시험이나 면접 같은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기간은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별 고사 일정에 따라 경쟁률도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도 전형 일정까지 고려해 입시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집 시기가 합쳐지면 대학의 모집정원 미달 사태가 현재보다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대학들은 수시전형을 확대해 학생을 뽑고, 부족한 인원은 정시로 이월해 추가로 선발했다. 하지만 모집 시기가 같아지고, 전형 기간이 축소되면 미등록 인원을 충원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합안이 확정되면 2022학년도에 학생 선호도가 낮은 대학을 중심으로 대거 미달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 교육부

자료: 교육부

수시·정시 통합 여부에 따라 대학들의 학생 선발 방식도 어느 정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수시와 정시 구분이 사라지면 수능 100% 전형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대학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수시전형을 확대해 온 이유 중 하나는 우수한 학생을 먼저 선발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집 시기가 일원화되면 이런 ‘선점 효과’가 사라진다. 대학에서 수시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돼 변별력 낮아지면 현재의 수시확대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시안에 수시·정시 통합 외에 정시확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학종과 정시의 적정비율’을 국가교육회의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안건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시 확대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축소에 대해 내용은 없다.

개편안에 정시 확대에 언급이 빠진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전화로 ‘정시 확대’를 요구해 ‘갑질 논란’까지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가 바로 얼마 전에 정시확대를 요구해 놓고, 이번 개편 시안에 이 내용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정시확대는 청와대 지시였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교육정책이 중심으로 잡지 못하고 여론과 정치에 휘둘리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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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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