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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도 2022년부터 학부제로…실패한 의약전문대학원

중앙일보

입력

13년 만에 약학대학원에서 약대로 

의대·치의대에 이어 약대까지 전문대학원 체제에서 학부제로 회귀한다. 원래 4년제 학부였던 약대는 2009년 이후로 이공게열 등 다른 전공의 학부 2년을 마치고 편입해 4년을 다니는 ‘2+4년’ 체제로 운영됐다. 적용 대상과 시기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다.

교육부가 9일 발표한 ‘약대 학제 개편방안’에 따르면 각 대학은 현행 ‘2+4년제’와 ‘통합 6년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35개 전국 약대 중 대부분은 6년제 전환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년제 전환 시엔 취약계층 7% 이상을 정원 외로 선발하도록 하고, 비수도권 지역 약대는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를 30%(강원·제주는 15%) 이상 선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문상연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현행 전문대학원 체제는 이공계 학생의 이탈을 부추기고 과도한 사교육비를 부담시킨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약대 준비생들이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학제 개편 시기를 2022학년도로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약대 편입은 대학의 이과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약대 편입생 1839명 중 화학·생물계열 학과 출신은 1140명(62%)에 달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연구 결과(2016년)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화학과 전공 학생들의 자퇴율이 ‘2+4년제’ 도입 전인 2009년 2.2%에서 2010~2014년 평균 36.6%로 치솟았다.

 또 약대 편입이 평균 1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이른바 ‘편입 낭인’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다. 2017년 약대 편입생 중 학부 2학년을 마치고 바로 합격한 학생은 8.7%에 불과했지만 2년 이상 'N수생'은 66%에 달했다. 그 때문에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은 소위 ‘약학 고시’로 불렸다. 매년 1만 5000여명이 치르는 PEET로 인해 사교육 시장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2005년 열린 약대 학제개편 공청회. 약대에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심했다. [중앙포토]

2005년 열린 약대 학제개편 공청회. 약대에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심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교육부가 개최한 약대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화학·생물 등 자연계열 학생들이 약대로 이탈하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런 현상이 10년만 지속해도 1만 명이 훌쩍 넘는 기초과학 인력이 유출돼 기초학문의 황폐화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의약학 계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 41개 의대 중 의학전문대학원을 유지하는 곳은 단 3곳뿐이다. 치대도 전체 11곳 중 3곳만 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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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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