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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 도심 주택가에 원시인 대거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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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구시 달서구 조암네거리에 있는 원시인 조형물(왼쪽)과 달서구 진천동 주택가 골목 한 상가 벽에 설치 된 원시인 조형물. [사진 달서구청]

대구시 달서구 조암네거리에 있는 원시인 조형물(왼쪽)과 달서구 진천동 주택가 골목 한 상가 벽에 설치 된 원시인 조형물. [사진 달서구청]

대구 달서구 진천동 상화로에 가면 선사시대 상징물 232점이 설치돼 있다. 그것도 반경 1.5㎞ 내에 몰려 있다. 이 일대는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한적한 도심 외곽이 아니다. 아파트·주택·상가가 밀집한 도심 번화가다. 이색 원시인 상징물이 잔뜩 몰린 게 특이한 이유다.

구석기 유물 대량 발견 지역 착안 #벽화·조각 등 상징물 232점 설치 #일부 상인 “영업에 방해” 비판도

어떤 상징물일까. 우선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돌도끼를 든 40대 원시인 조형물이 4개 있다. 키 2m 남짓한 원시인 조형물은 신호등 위에 떡하니 올라가 앉아 있다. 속옷만 입고 산을 타는 듯한 모습으로 아파트 벽에도 매달려 있다. 도로 안내판 앞에서 두팔을 벌리고 행인들을 향해 ‘만세’라고 외치는 모습도 있다. 멧돼지·사슴·코뿔소 같은 선사시대 벽화에 나오는 대형 동물 그림 19점도 아파트와 상가 건물 등에 그려져 있다. 그림은 적게는 가로·세로 2m·3m, 크게는 가로·세로 5m다. 호피 무늬나 얼룩말 무늬 같은 선사시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랩핑도 200개가 넘게 붙어 있다. 가로등 기둥 전체를 호피 무늬가 감싼 식이다. 언뜻 보면 선사시대 나무처럼 보인다. 원시인이 돌도끼로 찍어 간판을 부순 것 같은 디자인의 ‘선사시대’ 광고 안내판도 8개가 세워져 있다. 돌 안에 휴대전화를 넣은 그림을 보여주며 ‘첨단 과학은 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이색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최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길이 20m, 높이 6m 돌로 만든 ‘깊은 잠에 빠진 원시인’ 조각상도 이곳에 있다.

달서구는 2006년 1만3184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곳이다. [사진 달서구청]

달서구는 2006년 1만3184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곳이다. [사진 달서구청]

200개가 넘는 모든 선사시대 상징물은 ‘광고 천재’란 별명을 가진 대구 출신 디자이너 이제석 씨가 기획한 작품이다. 달서구는 4억6000여 만원을 들여 이씨와 2016년부터 상화로 일대를 ‘선사시대 테마’로 꾸미는 중이다.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하고 선사시대 유적을 따라가며 문화해설사 설명을 듣는 탐방코스를 만들었다. 지하철 역사도 선사시대 테마로 곧 꾸민다.

박정희 달서구 관광진흥팀장은 “달서구는 구석기 유물이 대량 발견돼 대구 역사를 2만년 전으로 끌어올린 곳이다. 2006년 상화로와 가까운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개발지에서 흑요석, 좀돌날 등 1만3184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며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어 선사시대를 테마로 도심을 꾸민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선사시대 상징물을 두고 “일부 조형물은 너무 커서 무섭다” “가게 간판을 가려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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