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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부른 '주사제 오염' 실험해보니...“치명적 위험 확인”

중앙일보

입력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뉴스1]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뉴스1]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서 발생한 신생아 4명의 사망 사건의 원인이 지질영양주사제와 세균 감염 때문임을 입증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숨진 신생아들에게 주사된 지질영양주사제 ‘스모프리피드’는 그 자체로도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일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의 논문을 게재했다. 오 교수팀은 신생아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를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았던 스모프리피드 주사제에 넣어 배양하는 실험을 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는 부검ㆍ역학조사 뒤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주사제가 세균에 오염돼 있었던 탓에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논문에 따르면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다른 주사액보다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급격히 증식했다. 아미노산, 포도당, 생리식염수 등의 다른 주사액에서도 잘 자랐지만 스모프리피드에서 가장 급격히 늘어났다. 시트로박터 프룬디 1개 군집을 스모프리피드에 넣고 24시간 뒤 관찰하자 100만 CFU/㎖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지질주사제의 영양분은 박테리아가 성장하는 데 이상적인 환경이 된다. 100㎖ 용량의 주사액을 신생아 투여 용량인 20㎖ 단위로 나누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다면, 이로 인한 전격성 패혈증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트로박터 프룬디를 넣은 뒤 시간이 흐를 수록 스모프리피드에서 지름 5μm(마이크로미터) 이상인 지방 덩어리가 늘어났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균 주입 뒤 24시간이 지나자 주사액에서 직경 20μm 이상의 지방 덩어리가 여럿 관찰됐고 최대 40μm까지 커진 지방 덩어리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주사 할 수 있는 지방 덩어리 보통 크기는 1.0μm 미만인데, 5μm 이상으로 커지면 폐의 작은 모세혈관을 막아 지방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 감염이 지방영양주사제 내의 지방 덩어리를 커지게 하고, 이러한 지방 덩어리가 폐혈관을 막아 또다른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폐혈관에 지방 축적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신생아 사망의 직접원인에서 지방색전증을 제외했다.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스모프리피드 사용 설명서에 ‘조산아 사망위험’ 경고문을 넣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구팀은 “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패혈증과 폐색전증이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약품 설명서에는 사망위험 경고는 물론 투여상 주의사항, 준비 과정상 주의사항이 매우 자세히 기술돼 있다. 한국의 제품 설명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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