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혐의 부인’ 달라진 박근혜, 법원 첫 판결 이번주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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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16일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2017년 10월16일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번주 나온다. 지난해 4월 17일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약 1년만에 사법부의 첫 판단을 앞두게 됐다.

기소 356일만인 오는 6일 1심 선고 #검찰 30년 구형, 중형 선고 관측나와 #최근 "특활비 혐의 부인" 자필서 제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오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연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유기징역의 최대치인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또 같은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혐의 14개가 겹치는 ‘비선실세’ 최순실(6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바 있어 박 전 대통령이 중형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뇌물죄의 인정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특가법상 뇌물수수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징역 1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총 18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 뇌물수수 혐의는 총 5개다. 이 중 삼성으로 하여금 최씨의 딸 정유라(22)씨에게 승마 지원(72억원)을 하게 한 혐의, 롯데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 등이 앞선 최씨의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최씨의 재판에서 무죄로 인정된 일부 뇌물수수 혐의(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과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금 지원)가 이 재판에서 무죄로 인정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왼쪽)과 최순실씨. [중앙포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왼쪽)과 최순실씨. [중앙포토]

뇌물수수 외에 다른 혐의들도 이미 사건 연루자들의 1ㆍ2심에서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돼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는 앞서 최씨와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 재판에선 현대차, 포스코, KT, GKL에 대한 직권남용, 강요 혐의 등도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청와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도 정호성(49)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유죄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 방청권 추첨이 3월 28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렸다. [최승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 방청권 추첨이 3월 28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렸다. [최승식 기자]

박 전 대통령이 1심 선고 이후 달라진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법원이 구속기한 연장 결정을 내리자 ‘재판 보이콧’에 나섰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별도로 추가 기소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공천개입 사건 재판에서는 두 차례 ‘자필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선 변호인단을 통해 “특활비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관행적으로 국정원 예산을 차용했다는 비서관 보고를 받고 ‘법적 문제가 없다면 사용하라’고 했다”며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 또 2016년 9월 청와대 관저에서 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이 보낸 추석 격려금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국선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전면 거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인 김수연 변호사는 이날 “(불출석은) 어디까지나 건상상의 문제"라며 "검찰 주장처럼 사법권을 부정하고 재판 거부를 천명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이 항소심에 접어들면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피의자로 꼽히는 최순실씨의 항소심 재판도 1심 선고 후 50일 만인 4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최씨는 1심에서 뇌물수수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당초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에 배당됐는데 최씨의 변호인단과 재판부 구성원 사이에 연고 관계가 있는 점이 확인되면서 형사4부(부장 김문석)로 재배당됐다.

최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수석과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세 사람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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