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사퇴 24일째…관사에 있는 짐 안빼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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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비서와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사퇴 23일이 지나도록 관사(공관)의 짐을 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13일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내 도지사 관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13일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내 도지사 관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충남도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지난 6일 충남도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하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통지서가 의회에 접수된 직후 안 전 지사의 사퇴가 처리돼 그는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도청 떠난 뒤 한 번도 찾지 않아… 청원경찰 24시간 경비 #충남도청 직원들 "하루빨리 짐 가져가서 인연 끊자" 말해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정무비서가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뒤 잠적했다. 이후 경기도에 있는 자신의 친구 집에 머무르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행적이 드러났다.

안 전 지사를 비롯한 가족은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한 번도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홍성·예산)를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머물던 관사도 지난 13~14일 검찰의 두 차례 압수수색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이 없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뒤 내포신도시 충남지사 관사에서 취재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뒤 내포신도시 충남지사 관사에서 취재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현재 관사에는 안 전 지사와 부인 민주원씨가 쓰던 의류와 책, 주방기구 등이 남아 있다. TV와 에어컨·냉장고·소파·책상 등은 충남도가 구입한 공공물품으로 안 전 지사가 가져갈 수 없다.

도청에서는 안 전 지사가 사퇴한 뒤 난방 등 기본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청원경찰도 여전히 24시간 관사를 지키고 있다.

충남지사 관사는 대지면적 2150㎡, 건축면적 231㎡ 규모다. 2013년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충남도청을 이전할 때 준공했다. 매년 전기료를 포함한 공과금이 1000만원이 넘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충남 홍성 내포신도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 하고 있다. [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충남 홍성 내포신도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 하고 있다. [뉴스1]

충남도청 일부 직원들은 “이제는 안희정의 ‘안 ’자도 듣기 부끄럽고 그의 흔적은 더욱 보기가 싫다”며 “하루빨리 관사에서 짐을 빼 충남도와의 인연을 깨끗하게 정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사를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아직 성폭행 의혹 사건이 수사 중인 데다 검찰의 추가조사 등이 이뤄질 수 없어 안 전 지사가 당분간 짐을 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압수수색 이후 비서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안 전 지사 측근에게 짐을 가져가도록 연락했다고 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현재 친구 집에 머물러 짐을 가져갈 여건이 안 될 것”이라며 “후임 도지사가 취임하려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급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13일 오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머물던 충남 홍성에 있는 도청 관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13일 오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머물던 충남 홍성에 있는 도청 관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재산은 9억5082만원(2017년 12월 21일 기준)이었다. 전년보다 3019만원 줄어든 액수다. 재산은 예금 4억5532만원, 건물 3억3400만원, 토지 1억7518만원 등이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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