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다. 사진 속의 여성은 매일 사무실 책상 밑에 숨은 듯이 앉는다고 한다. 그녀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직장 내 모유 착유할 공간 턱없이 부족해 #착유한 모유 등에 메는 '베이나이' 워킹맘 #
사진 속 여성이 책상 밑에 숨는 이유는 다름 아닌 착유를 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회사 내에 착유를 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마땅한 장소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무실 책상 밑으로 숨어 착유를 했다.
모유수유는 산모의 산후회복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아이의 면역력과 두뇌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모유수유가 좋다는 건 이미 대부분의 엄마들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집 밖에서는 모유를 먹이거나 착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국 워킹맘 10명 중 6명이 퇴사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출산휴가 이후 모유수유가 고민되기 때문이라고.
중국 정부는 1세 미만의 아이를 양육하는 워킹맘을 위해 매일 근무시간 중 1시간을 수유 시간으로 할당해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의 1시간은 집에 있는 아이에게 달려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또한, 그 시간을 이용해 직장에서 모유를 착유하려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최근에는 한 손엔 노트북을, 다른 한 손엔 무거운 얼음가방을 들고 다니는 중국 워킹맘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매일 직장에서 착유한 젖을 등에 메고 집에 돌아간다고 해서 ‘베이나이(背奶)’ 엄마라고 불린다. 아래는 한 베이나이 엄마가 16개월의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생생한 베이나이 생활의 모습이다.
저는 아기가 4개월 되었을 때 일을 시작했어요. 아기가 1년 8개월이 되었을 때 젖을 뗐으니까 16개월 동안 베이나이 생활을 한 것이죠. 그 시간동안 저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파란색 얼음병, 착유기, 그리고 빈 병 몇 개를 준비해서 집 밖을 나섰어요. 버스로 출근했느냐고요? 아니요, 아기의 우유병이 깨지면 어떡하려고요! 바쁜 회사생활에도 2개월 동안 연습해서 운전 면허증을 따고 그 후부터는 운전을 해서 출퇴근을 했죠.
그녀는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한 이후에도 고민거리가 계속되었다고 한다. 근무시간동안 모유 3병을 채워야하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였기 때문이다. 착유기를 사용하면 아기가 젖을 물 때와 달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회사에서 주어진 1시간의 수유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모유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일 때에는 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울고 싶었다고 한다.
베이나이 생활을 하느라 정말 힘들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우리 아기에게 좋은 모유를 먹인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아이에 대한 사랑 하나로 그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둘째를 낳은 그녀는 다시 베이나이 생활을 시작할 자신이 없어 아기가 젖을 떼면 그때 다시 출근을 생각해야겠다고 말한다.
일과 육아 모두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베이나이 엄마들의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타깝다. 그녀들이 더 이상 책상 밑이나 화장실에 숨어 모유를 착유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내 모유착유실 설치 등 가족 친화적 업무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해서 여성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차이나랩 인턴 조정현·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