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후 살쪄도 심장·뇌 혈관 질환 위험 흡연자보다 낮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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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금연 후 체중이 늘어난 경우에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흡연자보다 각각 67%, 25%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0만8242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체중증가와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연 초기에는 니코틴 효과가 사라지면서 식욕이 늘고 에너지 소비량이 즐어 체중과 혈당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담배를 끊으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라 오해하는 흡연자도 많다.

이런 걱정을 이번 연구가 해소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더라도 계속 흡연을 한 사람과 비교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각각 67%, 25%나 감소했다. 금연자만 놓고 체중 변화에 따라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도 금연 후 체중증가는 심근경색 및 발생 위험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왼쪽)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는 “체중 증가는 금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금연 시 심혈관계질환 예방 측면에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의료진과 함께하는 행동 요법, 니코틴 대체 요법, 약물 요법 등 다양한 방법 중 개인에 맞는 것을 택해 금연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좋으며 금연 후 증가하는 체중 때문에 다시 흡연하는 일이 없도록 개인 맞춤형 교육 및 상담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박상민 교수는 “다만, 과도한 체중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운동과 식이조절은 필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근호에 발표됐다. 학술지를 통해 금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Rigotti 교수와 스위스 로잔 의과대학 Clair 교수는 "한국 의학자들의 이번 빅데이터 활용 연구가 금연의 심뇌혈관 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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