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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경찰 예방조치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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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3 한총련

2006 범민련

한.미 합동 군사훈련장에서 또다시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연례 행사다. 그러나 국방부와 경찰은 사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기습 시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등 통일운동단체 소속 20여 명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연습(FE) 중단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국군과 미군을 태운 수륙양용 장갑차 20여 대가 만리포 해수욕장에 진입하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역행하는 RSOI & FE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장갑차를 가로막고 50분 가까이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사전에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군 당국도 서산경찰서에 시위 며칠 전 한.미 합동훈련에 대한 언급 없이 협조 공문만 보냈을 뿐이다.

게다가 군 당국은 불법 시위자들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 처리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31일 오전 10시쯤 군부대 측이 경찰에 '군 수뇌부에서 없던 일로 하라고 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사법 처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시위자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시법 위반 등을 적용할 수는 있으나 민감한 사안이어서 일단 자료만 모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운동단체 회원 10여 명은 2004년 3월 경북 포항의 한.미 연합 전시증원훈련의 하나인 한.미 해병상륙훈련장에 난입해 훈련을 방해했다. 또 2003년 8월엔 대학생 등 13명이 경기도 포천시 미8군 종합사격장에 진입해 훈련 중이던 장갑차에 올라가 '주한미군 철수' 등의 구호를 외치며 10여 분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측은 "평양을 고립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륙작전은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한.미 합동 훈련장을 찾아다니며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령부 김영규 공보관은 "이번 기습 시위는 한국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활빈단 홍정식(56) 단장은 "앞으로 군사훈련을 방해하는 이 같은 시위가 되풀이될 경우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현장 저지에 나설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에 대비해 미군의 한반도 증원 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독수리연습은 연합전시증원연습과 함께 실시되는 한.미 양국군의 야외 기동훈련이다. 1994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실시되고 있다.

김민석.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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