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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의 추구와 청년취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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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은 헤어짐, 그리고 만남의 계절이다. 큰 나무에서 한꺼번에 꽃이 지고, 어린 초록의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는 벚꽃은 졸업과 입학을 반복하는 학교에 더욱 잘 어울린다. 졸업생들이 문자 그대로 빙해(氷海)에 지는 벚꽃처럼 보였던 일본의 '취업 초(超)빙하기'는 이제 끝이 났다. 대졸 취업 내정률은 2월 시점에서 85.8%로 전년도에 비해 3.2%포인트 상승했다. 예년의 경우 4월에 하는 조사에서 10%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95% 전후가 될 듯하다. "과잉 고용 상태"라고 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사람 손이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을 뺀 '고용 인원 판단 지수'도 3월에는 12년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초빙하기'에 비정규직 사원으로 취업했던 이들, 아예 진학이나 취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등 이른바 '사회의 불량채권'의 짐이 여전히 무겁긴 하지만 그 팽창은 멈출 것 같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의 취업관도 급변했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해 왔던 아버지 세대가 기업의 가차 없는 구조조정에 몰려 성과주의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젊은이들이 유명 대학을 나와 유명 기업에 들어가 출세 경쟁을 계속하는 획일경쟁에 동감할 리 없다.

젊은이들은 획일경쟁을 거부하고 다양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취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돈을 추구하는 이는 벤처기업으로 가고, 기술인을 지향하는 이는 전문가의 제자로 들어가고, 정의감에 불타는 이는 비영리기구(NPO)나 비정부기구(NGO)에 몸을 던진다. 가치관의 중심이 '자기다움'의 추구로 변한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프로페셔널'이 되고, 얼마나 자기만족을 할까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획일적 경쟁을 심리적으로 배제하는 한편으로 정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소개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또 학교들도 로스쿨이나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캐리어를 쌓도록 지원해 왔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노벨상 후보의 연구원부터 시작해 전문 변호사, 저명한 케이크 만들기 전문가 등 다양한 '프로페셔널'을 소개하며 그들의 직업 선택 과정, 사명감, 실패로부터의 교훈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초빙하기'의 종말은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변화에 대응한 사회 전반의 다양한 노력이 결실을 본 결과인 것이다.

평소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잦은 편이다. 그런데 이들은 미국.중국에서 온 유학생이나 심지어는 일본 학생에 비해서도 취업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 경력을 쌓기 위한 목적과 구체적 전략이 없어 보인다. 단지 "친구들이 유학을 가니까" "대학원 정도는 나와야 할 것 같아"란 막연한 취업관을 가진 학생이 적지 않다. 전문성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취업의 출발점은 여전히 '학력'이다. 자신이 추구하려는 성공 모델도 없어 보인다.

젊을 때는 시행착오가 허용된다. 그러나 젊은이가 언제까지나 젊은이로 있을 수는 없다. 방향성 없는 시행착오는 공허하며, 실패가 다음 스텝을 위한 자산이 되기도 힘들다.

정치인이나 정부가 부르짖는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민으로 젊은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고, 연속성 없는 시행착오로 좌절하는 한국의 현상이 안타깝다. 기업들은 더욱 자산으로서의 인간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여기에 젊은이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알찬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맞물려야 할 것이다. 물론 언론도 여러 성공 모델이나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사회 전반의 협력이 따르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자기다움'을 추구할 기회는 실현되기 힘들다. 양적 관점뿐 아니라, 다양한 경력 형성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청년취업을 창출해 내는 길이 되지 않을까.

후카가와 유키코 도쿄대학 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