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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살아남았지만…유대인 범죄혐오에 희생된 8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극적으로 피한 80대 프랑스 여성이 결국 유대인을 향한 증오범죄로 세상을 떠났다.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던 유대인 아이들. [중앙포토]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던 유대인 아이들. [중앙포토]

27일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11구에 살던 미레유 놀(85)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놀은 몸 11군데에 흉기로 인한 상처를 입었고, 시신 일부도 불에 탔다.

파리 검찰은 “놀이 실제로든 추정으로든 특별한 종교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고 밝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사건 후 20대 용의자가 2명이 검거됐다. 둘 중 한 명은 놀과 알고 지내던 이웃 간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놀이 유대인이라서 많은 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프랑스 여성 미레유 놀(85)이 살해된 파리의 한 아파트. [AFP=연합뉴스]

프랑스 여성 미레유 놀(85)이 살해된 파리의 한 아파트. [AFP=연합뉴스]

놀은 어린 시절 홀로코스트를 겨우 피했지만, 결국 유대인이란 굴레 속에 생을 마감하게 됐다.

놀의 지인에 따르면, 1942년 여름 나치 독일에 협력하던 프랑스 파리 경찰은 일제 단속을 벌여 유대인 수천 명을 사이클 경기장으로 몰아넣었다. 이들은 모두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됐다. 놀의 엄마도 경기장으로 호출됐지만, 브라질 여권을 소지한 덕에 딸과 함께 막판에 겨우 피신했다고 한다.

프랑스 유대인단체대표자협의회(RCJIF)의 프란시스 칼리파트는 “매우 끔찍한 일”이라며 “나치의 반유대주의는 피했지만, 결국 운명이 그녀를 따라다녔다”라고 NYT에 말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최근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있는 유대인 학교 공격으로 어린이 3명과 교사 1명, 군인 3명이 사망했다. 또 2015년에는 파리의 유대인 슈퍼마켓을 한 무장 괴한이 공격해 4명이 숨진 데 이어 프랑스 동부의 유대인 묘지 비석 250개가 훼손됐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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