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범에 사형 구형… 용산 초등생 성추행 사건 첫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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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용산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범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는 30일 초등학생 허모(11)양을 성추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에게 사형을, 사체 유기를 도운 아들(26)에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아동 성추행 죄로 집행유예인 상태에서 같은 범행을 또 저질렀고 범행 수법의 잔인함 등 인간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인면수심의 죄를 지었다"며 사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법률에 온정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또 일어났다"며 "피고인의 범행 수법.전력.성향 등을 봤을 때 엄히 처벌해 아동 성범죄를 영원히 예방하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평소 주량보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을죄를 지었다. 하지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우리 아들의 죄는 선처해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은 "당시 아버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 아버지를 여전히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진술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두둔하는 대목에선 방청객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살해당한 허양의 아버지(38)는 재판이 끝난 뒤 "죽은 딸아이는 말이 없는데 범인들의 진술만 들어야 한다는 점이 참담하다"며 "아들에게도 사형이 구형됐어야 맞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허씨는 재판부에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정 앞에선 YMCA 등 9개 여성.청소년 단체의 회원 20여 명이 아동 성폭행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고인 김씨 부자는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서 허양을 유인해 성추행하려다 흉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3일.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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