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생에게 '거리 투쟁' 독려하는 민노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문성현 민노당 대표가 대학생들에게 투쟁을 촉구했다고 한다. 한총련 간부 10여 명과의 간담회에서 그는 "비정규직 법안 저지 투쟁을 적극 펼치자"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고 있으며 국회의원 9명을 두고 있는 공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문 대표의 발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험성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예로 들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까지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며 "정작 프랑스보다 더 암담한 상황인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 법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데 너희는 무엇하고 있느냐'며 대학생들에게 길거리 투쟁에 나서라고 독려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는 현재 일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등록금 투쟁에 대해 "적극적 호응 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축하한다"면서 "등록금 투쟁으로 단결된 힘을 모아 비정규직법안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자"고 '투쟁'을 거듭 주문했다. 아무리 좌파를 표방한 민노당의 대표라 하더라도 대학생들까지 시위로 끌어내려는 태도는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민노당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국민의 지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는 민노당이 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달라는 것이었지, 대학생을 선동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라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민노당이 민노총의 정치 전위조직으로 만족한다면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의 성장은 포기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