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정밀성이 요구되는 독도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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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렇지 않아도 일본 정부는 외무성 사이트에 있는 '다케시마 문제' 페이지를 통해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여전히 우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외무성 사이트의 견해, 즉 일본 정부의 견해 자체가 왜곡과 은폐로 가득 차 있다는 데 있다. 왜곡과 은폐의 수범은 일본 정부의 견해를 따르려는 어용학자들이 쓰는 수법이다. 그들의 학자답지 못한 태도의 대표적인 예가 메이지(明治) 시대 초기에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한 문서에 대한 왜곡과 은폐.무시다.

1877년 메이지 정부의 태정관(太政官.현재의 내각)이 '다케시마(울릉도의 당시 일본명) 외 일도(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실은 한국에서 자주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 문서에 대해 일본 어용학자들은 언급하지 않거나, '일도'가 어느 섬인지 확실치 않다는 식으로 일부러 무시해 왔다.

나는 지난해 일본에서 '일본해(동해) 내 다케시마 외 일도를 일본판도 외로 정한다'는 제목이 달린 결정적인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는 기존에 알려진 문서들을 통합한 새 문서다. 이 문서는 국립공문서관에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관돼 있으나 필름 자체가 새까맣게 돼 있어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문서 원본을 어렵게 입수해 보니, '다케시마 외 일도'의 '일도'는 '마쓰시마(당시 독도의 일본명)'라고 명기돼 있고 이 '마쓰시마'는 '다케시마와 동일선로에 있고 오키섬에서 80리, 주위 30정(町)'인 섬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오키섬에서 80리, 주위 30정'이 어느 정도의 거리와 크기인가를 제시해 주는 학자가 한국에 한 사람도 없다는 데 있다. 상식적으로 '1리'는 일본에서는 4㎞, 한국에서 0.4㎞다. 이것을 적용하면 '80리'는 일본식으로 320㎞, 한국식으로 32㎞가 돼 오키섬~독도 간 실제거리인 160㎞와 모두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은 이 같은 계산을 제시해 놓지 않았고, 일본은 한국 측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를 이용해 왔다. 여기서 '리'를 '해리(1해리=1852m)'로 보고 계산하면 '80리'는 약 150㎞가 되므로 오키섬~독도 간 실제거리와 거의 일치하게 된다. 1905년 1월 일본 정부가 독도의 일본 영토 편입을 결정한 각의 문서에 오키섬~독도 간 거리를 '85리'로 기록한 것을 보아도 '리'를 '해리'로 계산하는 방법이 맞다. 그리고 '30정'이란 약 3.3㎞(1정=약 109m)이고 독도의 주위가 약 4㎞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도 정확히 '일도'가 독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국 측에서는 이런 정밀성을 현재까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한편 일본은 한국의 이런 비정밀성을 이용해 왔고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계속 우길 수 있었다. 말하자면 한국 측의 모호함이 일본에 무기를 준 셈이다.

나는 일본의 지인들에게 이 새 문서와 설명문을 기회 있을 때마다 돌리고 있다. 그것을 읽은 내 지인들은 일본 정부의 견해에 문제가 있다고 확실히 인정하게 된다.

우리는 정보기술(IT) 시대에 살고 있다. IT에선 글자 하나라도 잘못 입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독도 연구에 있어서도 일본인 이상으로 꼼꼼한 연구를 진행하지 않으면 일본인들을 설득시킬 수 없을뿐더러 그들의 왜곡과 은폐를 더욱더 돕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