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대출 해법] 이미 2%초반 변동금리 대출 받았으면 갈아타지 말고 '유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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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아파트를 사면서 연 2.87% 변동금리로 1억3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정 모 씨는 22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소식을 듣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대출을 받을 당시 고정금리는 3.44%. 당장 낮은 금리가 더 끌려 변동금리를 택했지만 "다소 후회된다"고 했다.

[금리 인상기, 대출 해법] #미 금리 인상, 국내 대출자 이자 부담 직격탄 #신규 주담대 3년 거치 후 상환·재대출 유리 #금리 오를 땐 코픽스 '잔액 기준'이 유리할 듯 #변동금리서 고정금리로 무조건 갈아타지 말고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1.5%P 낮으면 '유지'

변동금리는 시중금리를 반영해 6개월마다 바뀌는데 미국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는 끝날 것 같지 않아서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통 세 차례 올릴 것으로 본다. 고정금리로 갈아타려 해도 대출을 받은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목을 잡는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 미국이 21일(현지시각)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대출자는 또 한 번 난제에 직면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국내 시중금리도 연동해 오르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국내 은행 자본 조달 비용을 반영한 지수) 금리는 지난달 1.75%(잔액 기준, 신규 기준은 1.77%)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6월보다 0.17% 포인트 오른 것이고, 앞으로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는 3년 거치·코픽스 '잔액 기준'이 유리

주택담보대출은 건별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크게 두 가지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과 이미 10년 이상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다.

대출 시기를 조정할 여력이 되는 신규 대출자라면 "일단 3년 거치로 대출을 받은 뒤 3년 후 상환하거나, 그때 금리 여건에 따라 재대출받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조언이다. 3년 동안 금리가 오르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억짜리 주택을 사면서 1억원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만기일시상환)을 받을 경우 금리는 농협은행이 3.18%로 가장 낮다. 전북은행(3.43%), 광주은행(3.7%), 산업은행(3.75%) 등도 3%대다.

그래도 변동금리를 택하려는 신규 대출자라면 코픽스 금리를 '잔액 기준'으로 선택하는 편이 낫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에다 은행이 산정한 가산금리를 더해서 결정한다.

코픽스는 잔액 기준과 신규 기준 두 가지다. 잔액 기준은 은행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전체 조달(예금) 잔액을, 신규 기준은 전 달 발생한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가중평균 금리를 계산한다. 현재는 신규 기준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잔액 기준보다 세 배가량 더 많다.

이상헌 은행연합회 자금시장부장은 "잔액 기준은 조달 규모가 신규 기준보다 더 크기 때문에 금리 변동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가정하면 잔액 기준이 이자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늘면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주택담보대출이 1조8000억원 늘어났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늘면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주택담보대출이 1조8000억원 늘어났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1.5%포인트 낮은 변동금리라면 '유지'가 낫다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라면 몇 가지 더 고려해야 한다. 일단 중도상환 수수료다.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되기 전에 변동에서 고정으로 갈아타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율은 대체로 1.5% 내외다.

다만 3년을 꼭 채우지 않더라도 3년이 가까워질수록 수수료 부담은 줄어든다. 수수료를 구할 때 대출 잔여일수를 고려하는데 일부 은행은 일 단위로 수수료율을 내리고 있어서 본인의 남은 대출 기간에 따른 수수료 경감분이 얼마인지 은행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김현식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통상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는 0.5%포인트 내외"라며 "기존 대출이 있다면 두 유형의 금리 격차는 물론 수수료 부담을 함께 계산해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 이미 2% 초반 수준의 낮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라면 좀 더 신중한 편이 낫다. 올해 미국 추가 금리 인상 횟수는 3~4차례로 예상된다. 만일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탄다 해도 현실적으로 4% 아래로 받긴 어렵기 때문에 저금리 혜택을 좀 더 누리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입장도 적지 않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 전망을 개선했지만, 시장 참가자가 통화정책을 예단하는 것은 경계했다"며 "경기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정금리보다 1.5% 포인트 가량 싼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면 기다렸다가 연말쯤 금리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만일 최근 1~2년 사이 승진·소득 증가 등으로 신용도가 올라갔거나,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다면 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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